“속상해 죽겠어요. 다친 건 다친 거고 애가 밥도 안 먹어요”.
쌍둥이 농구선수로 유명한 조상현(상무)과 조동현(SK 빅스)의 어머니 신영숙씨의 걱정이다.
퇴행성 관절염에 무릎 연골이 거의 닳아 뛰기조차 어려운데도 팀이 연패에 빠지자 경기출장을 고집했던 조동현. 그 투혼 때문인지 SK 빅스는 14일 버거운 상대 동양을 꺾었다. 그러나 이틀 뒤 삼성전이 있던 날 부천체육관 어디에서도 조동현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웬 일인가 알아봤더니 전날 연습 도중 몸을 날리며 공을 잡으려다 허벅지 뒤쪽에서‘딱’하는 소리가 났다는 것.
다행히 인대부상은 아니었지만 2주 정도 출전할 수 없게 됐고 팀은 주말 2연전을 모두 역전패했다. 조동현이 밥을 입에 대지않는 것은 자신의 부상 때문에 졌다는 자책에서일 게다.
승부근성에서 조동현을 따를 선수는 많지 않다.
99년 신인 드래프트때다. 당시 7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던 SK 빅스 유재학 감독은 은근히 조동현을 마음에 두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형 조상현은 이미 앞에서 지명이 예상됐기 때문.
유감독은 쌍둥이 선수를 가르친 당시 최희암 연세대 감독에게 물었다. “동현이 어때요?” “상현이나 동현이나 똑같은 쌍둥이 아냐? 오히려 정신력은 동현이가 더 좋아. 무조건 뽑아.”
조상현이 입대하기 전 SK 나이츠와 SK 빅스가 만나면 늘 화제가 됐다. 좀더 악착스러운 쪽은 동생 쪽이었다. 관중석에서 두 아들의 경기를 보는 어머니는 누굴 응원해야할지 항상 고민이었다. 동현이가 좀 더 잘했으면 했지만 동생의 악착같은 수비에 시달리는 형을 보면 그것도 마음이 아팠단다.
무릎연골을 모두 긁어낸 동현이가 경기에 다시 뛰겠다고 나설때부터 가슴을 조린 신씨에게 이번에는 허벅지 부상이라니…. “동현아, 그렇게 무리해서 뛰어야겠어?” “엄마도 선수생활(배구)을했으면서 그런 말을 해요? 팀이 지고 있는데…”.
“저요, 오래 뛸 생각도 없어요. 반지 끼는 날 까지만 뛸거예요.” 형이 2년 전 끼었던 챔피언반지, 동현이는 그 반지를 끼어보는 게 소원이다.
한선교/방송인 hansunkyo@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