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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설계부터 환경을 생각한다"

입력 | 2002-11-18 17:57:00



LG전자가 새로 개발한 LCD TV 30인치짜리 ‘NW-30-LZ10’ 모델의 생산과정에는 납땜이 없다. 몸체 재료도 플라스틱에서 재활용성이 높은 알루미늄으로 바꿨다. 특히 화면은 켜지 않고 음성만 듣도록 선택하면 전기사용량을 80%나 줄일 수 있다. 리모컨도 ‘자가발전 기능’이 가능토록 해 건전지를 쓰지 않아도 된다. 신제품 개발시 중금속 사용 중단, 재활용성 향상, 전기사용 감소 요인 등을 고려해 환경 친화성을 높인 것.

이처럼 제품의 가격과 품질에 ‘환경성’을 도입한 ‘에코 디자인(Eco Design)’이 제품과 기업 경쟁력의 핵심 요소로 등장하고 있다.

에코 디자인이란 제품의 전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환경 피해를 줄이면서 제품 기능과 품질 경쟁력을 높이도록 하는 환경 친화 디자인. 대부분의 업종에서 에코디자인이 확산될 전망이다.

▽환경규제, 기업활동에서 제품으로〓에코 디자인의 등장 배경은 환경규제의 대상이 기업활동에서 제품으로 옮아가고 있기 때문. 즉 ‘기업이 제조 과정에서 어떤 물질을 배출하면 안 된다’는 식의 규제뿐 아니라 제품 자체가 친(親)환경성을 띠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규제 범위가 ‘제품의 일생(一生)’ 전 과정으로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유럽연합(EU)이 내년 7월부터 시행할 ‘폐차처리지침’에서 ‘자동차의 모든 원료에서 중금속을 기준치 이상 사용하지 못하고 폐차 후에는 부품 등의 재활용률이 일정 수준 이상이어야 한다’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

제품 탄생의 원천인 디자인 단계에서부터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는 것이 ‘에코 디자인’의 요점이다.

대우전자의 무세제 세탁기인 ‘마이더스’는 이런 면에서 혁신형 에코 디자인 제품 중 하나로 꼽힌다. 세제를 쓰지 않아도 되므로 수질 오염을 줄였다. 또 헹굼 횟수를 줄여 전기와 물을 덜 쓴다.

▽규제를 넘어, 경쟁력 요소로〓환경부와 환경 컨설팅 전문업체인 ‘에코 프론티어’가 국내 50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기업들의 에코 디자인에 대한 인식이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코 프론티어 정해봉 사장은 “과거에는 이미 제품과 생산공정 등이 갖추어진 후 정부의 ‘환경 규제’에 맞추어야 했기 때문에 이에 따른 추가비용으로 기업 부담이 컸다”며 “그러나 최근엔 설계 단계에서부터 환경성을 고려하므로 환경성과 경제성을 함께 갖추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금호타이어는 타이어 무게의 30%가량을 차지하는 화학 원료를 줄여 타이어 무게를 5% 줄이는 에코 디자인에 골몰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타이어 생산에 들어가는 화학 원료를 90종에서 75종으로 줄여 타이어 무게를 2%포인트 줄였지만 3%포인트 더 낮추기 위한 것.

금호타이어 품질혁신팀 한동수 과장은 “재료비를 줄이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지만 타이어 마모시 나오는 유해 물질 배출 감소, 타이어 경량화에 따른 연비 향상으로 타이어 경쟁력 강화 등의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VCR ‘SV-K811’ 모델에 ‘에코 디자인’ 개념을 도입, 회로 부품 수를 810개에서 750개로 줄여 부품 비용을 절약하고 소비전력을 줄인 것도 환경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살린 사례로 꼽힌다.

LG전자 R&D 기획그룹 정상진 과장은 “품질과 가격으로만 승부하는 시대는 지나가고 있으며 환경이 제품과 기업의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에코 디자인용 소프트웨어 ‘인스텝(INSTEP)’〓환경부는 에코 프론티어에 용역을 의뢰해 개발한 ‘인스텝’을 기업에 보급할 계획이다.

19일 서울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는 약 200명의 업체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갖는다. 인스텝은 기존에 생산하고 있는 제품에 대한 환경성 분석과 앞으로 친환경 제품으로 바꾸기 위해서 필요한 요소들이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