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시절을 말썽꾸러기로만 보낸 소년이 있었습니다.
게으른데다 성적은 바닥을 맴돌았죠. 억지로 공부방에 앉혀놓으면 교과서 밑에 라디오를 숨겨놓고 야구경기 중계를 들었습니다.
신통치 않은 대학에 들어간 뒤에도 공부엔 영 취미가 없었습니다. 회계학을 제외한 거의 모든 과목에서 낙제를 겨우 면할 정도의 점수를 받았죠.
그러나 회계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모든 게 달라집니다. 답답하던 학교와 달리 사회는 도전할 일로 가득 차 열어보고 싶은 ‘판도라의 상자’였습니다. 그는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에야 내 안에 잠자고 있던 도전과 야망을 깨닫게 됐다”고 말합니다.
1995년부터 미국 ‘피트니바우스’ 사장으로 일하다 작년 이 회사에서 기업분할한 ‘이매지스틱스인터내셔널’ 최고경영자(CEO)로 자리를 옮긴 마크 브레슬로스키(60)의 이야기입니다.
피트니바우스는 국내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짐 콜린스의 저서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에서 꼽은 위대한 11대 기업 가운데 하나입니다. 주가는 73년부터 88년까지 시장평균의 7.16배나 올랐지요.
최근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브레슬로스키씨의 사연을 전하며 “뒤늦게 경영능력을 발휘한 CEO가 적지 않다”고 전했습니다. 어려서부터 실패를 자주 경험해 웬만한 시련에는 버텨낼 맷집을 갖췄고 위험에도 ‘체질적으로’ 대담하다고 합니다.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기에 적합하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런 ‘대기만성형’이 진가를 발휘하려면 무엇보다 부모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의 저자로 유명한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아빠의 자녀교육법’은 학교생활의 부적응자였던 저자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를 보여줍니다.
저자의 아버지는 미국 하와이주 교육감을 지냈지만 저자는 열다섯살에 영어에서 낙제해 1년을 더 다녀야 하는 상황에 처합니다.
“교육자의 아들이…”라며 주위에서 손가락질했지만 ‘가난한 아빠’(진짜 아빠)는 아들에게 “네가 읽고 쓰는 능력이 떨어진다고 해서 다른 것을 배우는 데도 낙제하는 것은 아니다”며 “저마다 능력을 발휘하는 영역이 다르고 다행히 네가 원하는 (돈버는) 일에는 능력을 갖췄다”고 다독거립니다.
돈을 모으는 데는 ‘가난’했지만 자녀교육에서는 ‘부자’였던 셈입니다. 기요사키씨는 “부모가 자녀를 부자로 볼 때 자녀는 부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뒤지는 자녀일수록 ‘부모가 믿음을 보여줘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