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눌한 한국어 실력 때문에 오히려 스타가 된 그룹 '슈가'의 멤버 아유미. 김경제기자
맹한 눈빛으로 국적 불명의 말을 내뱉는 모습이 처음엔 좀 모자란가, 싶었다.
방송에서 “안녕하십시오∼”라며 인사를 건네고 ‘강아지’를 ‘개새끼(〓개+새끼)’라고 부르는 가수 ‘슈가’의 멤버 아유미(18·본명 이아유미)가 요즘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현재 아유미가 출연 중인 프로그램은 케이블 TV까지 포함하면 SBS ‘좋은친구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 등 7개. 얼마 전에는 과로로 병원신세를 지기도 했다. 13일 오전 서울 일민미술관내 ‘카페 imA’에서 아유미를 만났다. 딸기 주스가 나오자 고개를 숙이며 ‘잘 먹겠슴다’라고 공손히 인사를 한다.
먼저 그에게 인터넷에서 떠도는 TOKIC(TOEIC의 한국어판) 문제를 건넸다.
‘다음 문제의 빈 칸에 알맞은 단어는?’
아유미는 네개의 보기중 주저없이 ‘코’를 골랐다. 정답은 주차위반(딱지). 과연 아유미답다.
“요즘 수진이(슈가의 다른 멤버)한테 어려운 말도 배웠어요. 나무에서두…, 원숭이 떨어진다? 일취월장? 뜻이요? 모르죠.(내가 그걸 어떻게 아냐는 듯)”
그러나 그는 자신이 ‘바보’로 비치는 것에 대해서는 ‘분노’한다. 한국어를 몰라 제대로 의사 전달이 안될 뿐인데, 시청자들이 오히려 그것을 즐기는 듯하기 때문.
“진지하게 말하려 하는데 말이 잘 안나와 웃기는 상황이 빚어질때, 내가 말해놓고도 무슨 말인지 모를 때, 속상해요. ‘쟤 바보 아냐’라고 해서 무지 슬펐어요.”
아유미는 재일교포 3세다. 집에서 일본어만 써 한국에서 가수 활동을 하기 전까지 한국어를 전혀 못했다. 중학생때부터 한국 가요를 열심히 들은 것이 한국어 공부의 전부였다.
“김건모 선배의 ‘잘못된 만남’ 좋아했어요.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열심히 따라 불렀어요.”
고교 1년때 어머니와 함께 외할머니를 만나러 한국에 왔다가 가수의 길로 접어들었다. 현재는 서울 외국인학교(KFS)를 휴학 중이다.
“‘검정고사(검정고시)’ 봐서 대학도 가야죠. 근데, 한국어를 못해 큰일이에요.”
스물을 앞둔 나이인데도 그는 아직 장난꾸러기다. 짧은 치마 밑으로 무릎에 난 빨간 상처가 보였다.
“요즘 수진이랑 프로레슬링 놀이하는 게 ‘유행’이에요. 막 때리구 그런거. 침대에서 굴러떨어져서 다쳤어요.”
그의 인기 비결은 거침없는 ‘솔직함’이다.
KBS2 ‘해피투게더’에서 그는 묻지도 않았는데 “저 발냄새 나요. 씻고 2시간 정도 지나면 또 나요”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함께 출연했던 개그맨 신동엽에게는 “짝사랑했었다”는 ‘깜짝 고백’을 털어놓기도 했다.
“일본인들은요, 마음이 내비치는 말을 잘 하지 않는데요, 저는 막 얘기하고 그러니까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경복고 앞 ‘슈가’의 숙소에는 아유미를 보기 위해 몰려든 고교생들로 늘 북새통을 이룬다. 40, 50대 주부들은 그가 지나갈 때마다 “며느리 삼고 싶다”며 등을 토닥인다고 한다.
“지금은 가수보다 코미디를 더 많이 하지만 나중에는요, 작곡 공부도 하고 싶어요. 멋진 가수가 될 거예요.”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