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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블랙박스]스타-기획사 주먹구구식 계약 '소송'위험

입력 | 2002-11-18 18:09:00


청춘스타 원빈과 소속사의 계약 만기를 앞두고 일부 성급한 연예기획사들이 10억원대의 전속금을 제시하며 입질을 하고 있다.

탤런트 송혜교는 얼마전 소속사와 재계약을 체결한 뒤 차분한 마음가짐으로 SBS 드라마 ‘올인’ 촬영을 위해 미국으로 떠난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의 전속 계약이 만료됐음을 눈치 챈 매니지먼트 회사들은 그녀를 영입하기 위해 물밑 작업을 했고 일부 회사는 거액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송혜교는 돈 보다 그동안 정이 든 현 소속사를 택했다.

반면 송혜교와 함께 ‘올인’에 출연하는 이병헌은 전속 계약에 따른 소송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몇 달 전까지 소속사였던 S사가 3억5000만원의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낸 것이다.

S사는 내년 10월까지 전속 계약이 돼 있는 이병헌이 계약 해지를 요구하며 독자적으로 광고 계약을 하고 수입을 분배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송사가 그렇듯 이병헌의 주장은 다르다.

S사와 계약할 당시 이병헌이 전제로 내세웠던 몇가지 조건들을 S사가 전혀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은 무효라는 주장이다. 어쨌든 현재 드라마 촬영 중인 이병헌에게는 이런 소송에 휘말렸다는 사실 자체가 달갑지 않다.

‘살인 미소’로 유명한 탤런트 김재원도 전 소속사였던 A사와 지루한 법정 싸움이 아직도 진행 중이어서 연기에 전념하지 못하고 있다. 한창 주목받는 새내기 스타가 전 매니저와 불화 때문에 이미지 및 활동에 타격을 받고 있어서 안타깝다.

아직도 한국 연예계의 스타 매니지먼트 계약은 주먹구구식이다. 현재 정상에 있는 국내 톱스타 중 일부는 유명 기획사와 전속 관계이면서도 실질적인 계약서 한 장 없다.

그저 매니저와의 인간 관계를 믿고 구두로 한 계약 조건을 근거로 일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매니저와 10년 계약을 자청했다는 의리파 사나이 고수의 경우가 미담사례로 남기도 했다.

그렇지만 엔테테인먼트업계가 산업화 대형화되는 추세를 감안한다면 더이상 어설픈 계약은 사라져야 한다. 그저 돈 몇 푼에 자질없는 매니저와 계약을 한 뒤 얼마 안가 계약 파기 등의 말썽을 일으키는 스타들도 문제이고, 잘 나가는 연예인을 일단 잡아놓고 보자는 식으로 마구잡이로 끌어들인 뒤 제대로 관리도 못하는 어설픈 기획사들도 문제다.

이제는 기존의 2∼3장 짜리 형식적인 계약서로는 부족하다. 외국처럼 책 한 권에 달하는 정교하고 치밀한 내용의 계약서가 필요한 것이다.

한국에선 법과 소송을 다룬 드라마나 영화가 단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는데 최근 연예계에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소송에서 경험을 쌓은 배우들이 법정 드라마나 영화를 찍으면 흥행에 성공하지 않을까?

김영찬 시나리오 작가 nkjak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