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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단일화 부작용, 예견된 일이었다

입력 | 2002-11-18 18:19:00


민주당과 국민통합21이 대통령후보 단일화의 세부 방식까지 완전 합의했다고 발표한 지 하루 만에 합의의 틀을 흔드는 일들이 잇따르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여론조사와 TV토론조차 합의대로 이뤄질지가 불투명하거나 불가능한 상황이 되면서 단일화 성사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마저 일고 있다.

이 같은 부작용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었다.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가 대선을 한 달 남짓 앞두고 너무 간단히 단일화에 합의한 것부터가 간단치 않은 시행착오를 예고했다. 정치적 배경과 성향이 전혀 다른 두 후보가 ‘대선 승리’만을 지향하면서 일단 손을 맞잡긴 했으나, 각자 셈법은 달라 그들의 발은 어긋나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본란에서 지적했듯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든 여론조사에 의한 단일화는 처음부터 분란을 잉태하고 있었다. 앞으로 지지도의 우열이 보다 뚜렷해지면 여론조사에 의한 단일화는 실효성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반대로 우열 판정을 보류해야 할 정도로 혼전 양상이 계속된다면 단일화의 적절성이 논란거리가 될 수도 있다. 정 후보측의 조사방식 재협상 요구도 단일화 합의 이후 일련의 여론조사 결과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시일이 촉박할지라도 향후 5년간 나라를 이끌어갈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들이 여론조사로 단일화를 하겠다는 발상은 경솔했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사상 최초의 국민참여 경선으로 후보가 된 노 후보는 단일화 합의 직후라도 ‘경선의 정통성’을 포기하면서까지 여론조사라는 절박한 방법으로 단일화를 추진한 데 대해 국민에게 정중히 양해를 구하고 사과를 했어야 옳다.

단일화를 위한 3, 4차례의 TV토론 또한 그렇다. 선거운동의 공정성이나 방송사 사정 등은 고려하지 않고 양당이 일방적으로 합의했지만 선거관리위원회가 ‘1회에 한해’로 선을 그음으로써 제동이 걸린 것은 아닌가. 단일화 여부는 당사자들의 문제라고 해도, 그 절차는 상식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함을 거듭 강조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