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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과대화방'서 범행모의…부유층만 골라 인질강도

입력 | 2002-11-18 18:28:00

인터넷으로 절도단 구성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범죄 동조자를 공개적으로 모은 뒤 외제차 운전자와 기업체 사장의 집을 골라 털어 온 범인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강남경찰서는 18일 지난달 25일부터 20여일간 인질강도를 포함한 총 5차례의 범행을 저질러 1억여원을 훔친 한모씨(43·무직) 등 2명을 검거하고 달아난 공범 최모군(17·고교 중퇴) 등 2명을 수배했다.

▽범행〓경찰에 따르면 범인들은 지난달 25일 오후 서울 강북구 수유동 모 기계설비업체 사장 이모씨(62) 집에 담을 넘어 들어가 다이아반지 등 귀금속류 8000만원어치를 훔친 뒤 이씨 부부를 인질로 끌고 다니면서 이들의 신용카드로 현금 1000만원을 추가로 인출해 달아났다.

기업체 사장집이 주타깃

범인들은 이달 15일에는 경기 성남시 분당구 율동공원 앞에서 외제승용차를 세워놓고 차안에서 데이트를 즐기던 40대 남자와 20대 여자를 위협해 손발을 묶은 뒤 끌고 다니면서 이들의 신용카드로 900만원을 인출했다. 이들은 이에 앞서 지난달 19일 서울 서초구 반포동 H아파트 주차장에서 또 다른 외제승용차에서 내린 30대 여인을 납치하려다 실패하기도 했다.

▽공범 모집〓범인들은 한 채팅사이트에 개설돼 있는 ‘전과자 대화방’에서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2년 전 출소한 뒤 직장을 구하지 못한 한씨가 이 대화방에서 ‘재벌 집을 털고 외제차를 운전하는 여성들을 상대로 돈을 뜯어 잘 살아보자’는 글을 올리자 전과 12범 이모씨(32)와 전과 4범인 최군(17), 그리고 신원을 알 수 없는 한 청소년(19)이 범행에 가담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10대에서 40대에 이르는 ‘절도팀’이 구성됐다는 것.

외제차운전자 납치 기도

주범인 한씨는 “수유동 일대의 고급 단독주택가와 반포동, 분당구 일대를 범행 대상 지역으로 삼고 이곳을 배회하며 외제차를 탄 사람들, 외제차가 빈번하게 출입하는 주택을 범행장소로 물색했다”고 말했다.

▽문제점〓경찰은 16일 오후 공범 중 한 명인 이씨가 서초구 서초동의 한 룸살롱에서 술에 취해 사람을 찌르려 한다는 신고를 받고 이씨를 연행했으며, 조사과정에서 이씨가 갖고 있던 신용카드의 명의가 다른 것을 보고 범행 일체에 대한 자백을 받아냈다. 또 17일 오후에는 주범인 한씨를 검거했다.

강남경찰서 이희성 형사과장은 “최근 인터넷 채팅사이트를 통해 범죄를 모의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며 심지어 전과자 대화방이 생기기도 한다”며 “이 과정에서 다수의 청소년들이 단순한 ‘호기심’으로 범행에 포섭되거나 또는 그렇게 될 개연성을 안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조인직기자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