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GM대우차 군산공장 라세티 조립라인에서 근로자들이 라세티 차체에 들어갈 시트 도어 등 내장품을 달고 있다.사진제공 GM대우자동차
서울에서 GM대우오토&테크놀로지(GM대우차)의 신차가 발표되던 18일 전북 군산시 소룡동 군장산업기지 내 GM대우차의 군산외항 자동차 전용부두는 썰렁했다.
올 들어 자동차 수출이 중단되면서 2만7000평의 대우차 전용부두가 자동차 한 대 없는 삭막한 광장으로 변했기 때문. 서울의 신차발표장은 화려한 조명 속에 신차 탄생을 축하했지만 군산의 전용부두는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부활을 꿈꾼다〓인근 GM대우차 생산라인에서는 영하의 날씨인데도 열기가 창문을 타고 흘러 나왔다. 준중형 신차 ‘라세티’로 부활을 꿈꾸고 있는 것.
품질관리부 천금업 사원(35)은 “내년 4월쯤엔 텅빈 야적장이 선적을 기다리는 라세티로 가득찰 것”이라며 이 같은 염원을 간절히 나타냈다. 그는 “부도 이후 회사와 가정이 함께 무너지는 것을 지켜보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며 “벌써부터 특근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GM대우차 출범 후 첫 차인 라세티는 99년 11월 개발에 착수한 이후 30개월 만에 탄생됐다. 98년 라노스 누비라 레간자 등 3개 모델을 한꺼번에 내놓은 이후 부도 여파에 휩싸이면서 3년 동안 암흑기를 보냈기에 라세티에 거는 기대는 남다르다.
프레스에서 차체, 도장, 조립으로 이어지는 라세티 생산라인에서는 더욱 활기가 느껴진다. ‘정상탈환’ ‘내년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00만대만 팔려라’ 등 라세티 탄생을 기념하는 격문이 게시판 곳곳에 붙어 있다.
▽직원들 얼굴엔 신바람〓차체공장에선 347대의 용접로봇이 차체에 사이드패널(옆 차체)과 지붕, 문짝을 붙이기 위해 쉴새없이 용접불꽃을 터뜨렸다. 조립공장에선 400여명의 생산직 사원들이 총길이 2340m의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이동하는 라세티 차체에 시트 에어컨 엔진 라디에이터 등 각종 장치를 끼워 맞추고 있다.
라세티는 현재 시간당 60대씩 생산된다. 월별로 서서히 생산규모를 늘리면서 내년엔 연 15만대 이상 생산할 계획이다.
조립부 장영주씨는 “그동안 차량 결함을 찾아내는 데 이골이 났지만 라세티만큼은 흠잡을 데가 별로 없다”면서 “대우차도 믿고 살 수 있겠다는 얘기를 들을 때가 가장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군산공장은 2000년에 가장 많은 20만4000여대를 생산했다. 이때 군산공장 근로자는 3500명, 협력업체 직원은 6500명 수준. 올해 7만6000대 정도로 생산량이 크게 감소하면서 생산인원도 각각 2000명 수준으로 줄었다.
도정희 총무팀장은 “생산이 늘어 내년 7월경 2교대 근무를 하면 모자라는 근로자를 어떻게 충원할지 벌써부터 걱정된다”며 행복한 고민에 빠져 있다.
▽라세티, 내년 4월부터 수출〓라세티는 내년 4월부터 GM의 해외 판매망을 통해 유럽과 중국, 동남아지역으로 수출된다. GM상하이공장에선 현지조립 방식으로 라세티를 생산할 계획.
GM이 중국 및 동남아지역에 공급하는 소형차 및 부품 공급기지로 GM대우차를 ‘간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우군산 공장장 진상범 부사장은 “내년엔 왜건 및 해치백 스타일의 라세티를 생산라인에 추가할 계획”이라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도 2∼3년 내에 선보이는 등 풀 라인업 구축을 서두르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군산〓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