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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8월의 저편 177…바람 속의 적③

입력 | 2002-11-19 18:29:00


제자리걸음도 뛰어보고 허벅지도 들어 올려보고, 별 문제 없는 것 같아 우철은 그대로 관람석 바깥쪽을 뛰었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조금만 있으면 첫 경기가 시작된다. 두근두근두근 두근두근두근, 북을 울리는 소리가 들린다. 재식이, 이겨라! 시경이, 지면 안 돼! 관람석에 가족이 없는 선수는 아마 나 뿐일 것이다. 기운만 있었으면 어머니가 우근이와 소원이를 데리고 응원하러 왔을 테지만,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어머니는 앓아 누워 있고, 아버지는 지금도 내 얼굴만 보면, 우철아, 달리기만 하면 세상에서 멀어진다, 이씨 집안의 장남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큐큐 파파 그녀에게는 알리지 않았다. 처음 그녀와 잔 날부터 큐큐 파파 큐큐 파파 나는 그녀하고 자는 것만 생각하고 큐큐 파파 그녀의 얼굴 큐큐 파파 그녀의 몸 큐큐 파파 그녀의 목소리 큐큐 파파 큐큐 파파 그녀가 있으면 절대 집중할 수 없다. 나 혼자면 족하다. 누가 응원해주길 바란 적은 한 번도 없다. 내내 혼자서 달렸다.

보통학교를 졸업하고부터 매일 매일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첫닭이 울면 동시에 일어나, 우물물로 세수를 하고 체조를 하고 큐큐 파파 밀양에서 삼랑진까지 왕복 60리를 달리고, 큐큐 파파 큐큐 파파 낮에는 고무신을 팔고, 오후 4시부터 6시까지는 밀양강 둑 위를 전속력으로 큐큐 파파 징으로 흙을 퉁겨내며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우철은 게시판 앞을 지났다. 6위까지 이름과 기록이 하얀 백묵으로 쓰여 있다. 땅! 권총 소리가 울릴 때마다 온 몸의 근육이 피끗피끗 반응한다. 큐큐 파파 큐큐 파파 지금은 100미터 달리기, 다음은 200미터니까, 앞으로 한 30분 정도다, 직전까지 달리고 있는 편이 좋겠지 큐큐 파파 큐큐 파파 큐큐 파파

“다음 경기는 1500미터 달리기입니다 선수 여러 분들은 모여 주십시오”

확성기에서 이름을 부른다, 일렬로 서서 하얀 선 앞으로 나간다. 하얀 선 앞에 선다. 두근! 두근! 두근! 두근! 몸을 폈다 구부렸다 굴신을 한다. 권총을 쥔 남자가 탄창에 화약을 집어넣는다. 왼 다리와 오른팔을 앞으로 내밀고 출발 자세를 취한다. 총구가 하늘을 향한다. 근육이란 모든 근육을 활처럼 팽팽하게 당기고 정면을 노려본다.

“준비-, 땅!”

우철은 자기 몸에서 화살처럼 튀어나갔다.

유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