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인 1997년 11월21일 한국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 금융을 요청했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여의도 증권가는 큰 충격에 빠졌다.
그런데 발표 다음날인 22일 증권가에는 ‘I am F(나는 F학점을 받았다)’라는 특이한 제목의 시황 분석 자료 한 편이 나왔다. 외환위기의 본질을 미리 간파하지 못했던 자신을 꾸짖는 한 투자전략가의 깊은 반성이 담긴 글이었다.
동원증권 강성모 투자분석팀장이 쓴 그 보고서는 이후 ‘맞으면 내 덕분, 틀리면 모른 척’ 관행이 굳어진 한국 증시에서 스스로의 잘못을 솔직히 시인한 의미 있는 글로 기억된다.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선임연구위원은 저서인 ‘주가학원론’에서 추천 종목이 부도가 난 8년 전의 경험을 예로 들며 “당시 나의 부주의에 따른 과오를 용서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반성하는 글을 남긴 적이 있다.
잘나 보일수록 몸값이 뛰어서인지 증권가에서는 “맞혔다”는 사람만 있지 잘못을 반성하는 이가 많지 않다. 그러나 잘한 점을 홍보하는 것만큼 잘못한 점을 반성하는 것도 더 나은 분석을 위해 중요하다는 생각이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