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마크여 안녕.’ 20일 브라질전을 마지막으로 국가대표팀에서 은퇴하는 맏형 황선홍과 홍명보가 하프타임 때 은퇴기념품을 받은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박영대기자 sannae@donga.com
‘황새’ 황선홍(34·전남 드래곤즈)과 ‘캡틴’ 홍명보(33·포항 스틸러스). 한국 축구의 두 별이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브라질의 친선경기를 마지막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월드컵 4회 연속출전, 그리고 4강 신화의 주역. 그렇기에 고별무대는 외롭지 않았다. 이날 경기에 앞서 전광판에는 이들 맏형이 활약하던 하이라이트 화면과 팬들의 메시지가 흘러나와 관중의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오른쪽 아킬레스건 부상에 시달리고 있는 황선홍은 정상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후반 42분 교체멤버로 나서는 투혼을 보여 아낌없는 기립박수를 받았다. 왼쪽 팔뚝에 주장 완장을 찬 홍명보도 월드컵 때 중앙수비수로서 막강 스리백을 이뤘던 최진철 김태영과 다시 호흡을 맞췄다.
하프타임 때 열린 은퇴행사에서 골드슈와 공로패를 받은 황선홍과 홍명보는 경기가 끝난 뒤 천천히 운동장을 돌며 팬들과 아쉬운 석별의 정을 나눴다. 황선홍은 팬들에게 “어느새 10년 넘는 세월이 흘러 이 자리에 서게 됐다. 끊임없는 성원에 감사 드리며 어디서든 한국 축구발전을 위해 몸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홍명보 역시 “영광스럽게 떠날 수 있어 감사하다. 앞으로 대표팀에서 등번호 20번을 달고 뛸 수는 없지만 팬들의 사랑을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경기장에 걸린 ‘당신이 있는 곳에 우리는 언제나 함께 합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뒤로 한 채 대표팀 후배들의 목마를 타고 경기장을 떠난 이들의 표정은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따뜻해 보였다.
한국 축구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물러난 이들은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내년 시즌 미국프로축구 LA갤럭시로 진출하는 홍명보는 2년간 선수 생활과 영어공부를 병행한 뒤 미국과 영국에서 선진축구를 익혀 지도자로 변신할 계획.
또 올해 일본 무대에서 전남으로 복귀한 황선홍은 당분간 소속팀을 지키면서 미국 진출을 추진할 생각이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