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서 외국인 관광객을 태우고 출발한 택시. 서울 시내로 들어온 택시가 한 백화점 앞으로 다가가자 액정화면에 이를 알리는 메시지와 함께 해당 백화점의 홍보영상이 뜬다. 잠시 뒤 택시가 A사 본관 쪽을 향하자 이번에는 화면에 A사의 기업이미지 광고가 나타난다.
퇴근 무렵 서울의 한 백화점 입구. 백화점에 들어선 고객들의 휴대전화로 한 통의 문자메시지가 날아든다. 백화점측에서 인근의 휴대전화 가입자들에게 보낸 모바일 할인쿠폰이다. 고객들로서는 백화점에서 쇼핑할 때 할인쿠폰을 바로 쓸 수 있어 좋고, 백화점으로서도 특정 시간대에 매장 근처에 있는 고객만을 대상으로 타깃 광고를 할 수 있으므로 효과적이다.
이처럼 휴대전화나 개인휴대단말기(PDA) 등 정보기기를 활용해 이용자의 위치에 따라 특화된 정보를 제공하는 위치기반서비스(LBS)가 디지털통합(디지털 컨버전스) 시대의 유망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LBS는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무선인터넷, 지리정보시스템(GIS), 텔레매틱스 등 첨단 정보기술을 통합한 차세대 정보기술(IT) 서비스.
한국은 휴대전화와 무선인터넷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어 이 분야 세계시장을 선점할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LBS 시대 열린다〓정보통신부는 최근 긴급구조용 GPS 칩을 휴대전화 단말기에 반드시 달도록 하는 ‘위치정보 보호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안’을 발표해 LBS 산업의 대중화를 예고했다. 시행시기는 내년 4월.
이는 화재나 강도 등 긴급상황에서 휴대전화로 긴급구조기관에 자신의 위치를 알릴 수 있도록 한 조치. 팅크웨어 김진범 사장은 “법 시행으로 개인경호서비스나 화물차 위치추적, 도난차량 추적 등 보안·물류·교통·보험 등 분야의 신산업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외 조사기관에 따르면 LBS 분야 한국 시장은 올해 1억달러 규모로 2005년에는 6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005년 미국 시장은 100억달러, 유럽 시장은 800억달러에 각각 이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예측이다.
시장조사 업체인 소프트뱅크리서치는 2006년까지 LBS 이용자가 매년 380만명씩 늘어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의 46%인 1900만명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또 세계적인 통신업체인 노키아는 2010년에는 전체 통신요금 중 LBS 관련요금이 22%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비스 봇물〓휴대전화, 무선인터넷의 대중화에 힘입어 LBS는 일상 생활 속으로 빠르게 파고들고 있다. 휴대전화와 PDA를 이용한 위치정보 교통항법 모바일광고 모바일쿠폰 여행정보 택시콜 서비스 등이 대표적인 사례. SK텔레콤의 네이트, 팅크웨어의 아이나비 등 차량용 텔레매틱스 경쟁도 본격화하고 있다.
무선통신망을 보유한 휴대전화 업체들은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위해 LBS 시장에 눈을 돌리고 있다.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업체들은 휴대전화 위치추적 시스템을 활용한 가입자 찾기, 모바일 경호, 차량주행경로안내 등 서비스를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GPS칩과 지도정보를 내장한 내비게이션 기능의 휴대전화기도 선보였다.
한국수자원공사 안동댐관리단은 휴대전화기를 이용한 홍수경보시스템을 개발해 업무에 활용하고 있다. 또 KTF는 휴대전화망을 통해 전기 수도 가스 등 계량기의 사용량을 자동으로 검침하는 무선 원격검침 서비스를 선보였다.
▽L(LBS)커머스 시대를 대비하라〓LBS는 궁극적으로는 위치정보와 전자상거래를 연계한 ‘L(LBS)커머스’로 진화할 전망. GPS기반 LBS가 대중화되면 그동안 개인 서비스에 그쳤던 서비스가 광고 게임 엔터테인먼트 보안 전자상거래 등 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은 IT 인프라 및 휴대전화 강국의 이점을 살려 미래 신산업인 LBS 시장을 적극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천안대 진희채 교수(경영학)는 “한국이 LBS 분야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세계적인 IT 인프라를 충분히 활용해 기술 개발과 표준화에 지속적으로 힘을 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L커머스 시대에 대비해 기술개발 및 국제표준화 작업 외에 관련 법 및 제도의 정비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개인정보 보호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전자통신연구원 이종훈 센터장은 “LBS 산업이 대중화되면 개개인의 위치정보가 노출돼 그만큼 사생활침해의 가능성도 커지는 위험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