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황제’ 펠레의 ‘축구는 아름다운 경기’라는 말을 실감하게 한 한판이었다.
올 6월 2002한일월드컵에서 월드컵 사상 최다인 5회 우승을 이룬 세계 최강 브라질. 그리고 개최국으로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루며 “대∼한민국”의 함성을 전세계에 드높였던 한국대표팀.
2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브라질 축구대표팀의 친선경기는 쌀쌀한 날씨에도 경기장이 후끈 달아오를 만큼 박진감 넘치는 ‘아름다운 경기’로 전개돼 월드컵의 감동을 재현했다.
호나우두 호나우디뉴 카를루스 카푸 제호베르투….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스타플레이어들을 주축으로 한 브라질은 화려하면서도 정교한 개인기를 펼치며 한국 문전을 넘나들었다.
이에 맞선 한국은 유럽과 일본 무대에서 활약 중인 설기현 송종국 안정환과 홍명보 김남일 이영표 최진철 이운재 등 국내파들이 다시 뭉쳐 ‘태극 전사’ 특유의 조직력과 강한 근성으로 브라질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한국은 7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렸다. 브라질 수비수 루시우의 백패스 반칙으로 얻은 프리킥. 이천수가 안정환에게 슬쩍 밀어준 볼을 안정환이 바로 센터링, 브라질 골문 정면에서 솟구친 설기현이 머리로 받아넣은 것.
초반 수비 위주로 안정적인 경기를 펼치던 브라질은 선제골을 내준 뒤 총공세로 나서 전반 16분 제호베르투가 날카롭게 찔러준 패스를 받은 호나우두가 10여m 드리블하며 슛, 가볍게 동점골을 터뜨렸다.
후반 13분 한국은 유상철의 센터링을 받아 설기현이 슛한 볼이 브라질 GK 디다의 손을 맞고 나오는 순간 쇄도하던 안정환이 차넣어 다시 주도권을 잡았다. 그러나 역시 브라질은 강했다. 불과 9분 뒤 에드미우손이 하프라인에서 패스한 볼을 호나우두가 잡아 질풍처럼 드리블한 뒤 GK 이운재 다리 사이로 차넣었다.
브라질은 경기종료 직전 호나우두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호나우디뉴가 실수없이 차넣어 세계 최강의 면모를 지켰다.
3-2 브라질의 승리. 이날 1승을 추가한 브라질은 역대 전적에서도 3승1패의 우위를 지켰다. 그러나 진 한국대표팀에도 후회없는 한판이었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