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회말 솔로홈런으로 선취점을 올린 이범호(9번)가 다이아몬드를 돈 뒤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며 기뻐하고 있다.하바나AFP연합
아쉬운 한판이었다. 손안에 들어온 대어를 놓친 기분이랄까.
‘준드림팀’인 한국이 21일 쿠바 아바나에서 열린 제15회 대륙간컵 국제야구대회 결승전에서 쿠바에 1-2로 아쉽게 패했다. 이로써 이선희(현 삼성코치)가 최우수선수로 뽑힌 77년 니카라과대회 이후 25년만에 대륙간컵 정상을 노리던 한국은 준우승에 머물렀다.
안타수 7(쿠바)-6(한국)이 말해주듯 이날 결승전은 아마야구 세계최강인 쿠바와 대등한 승부를 펼친 경기.
선취점은 한국이 먼저 얻었다. 한국은 4회 이범호(한화)가 좌측담장을 넘는 솔로홈런을 날려 기세를 올렸다. 이후 팽팽한 투수전으로 이어지던 균형은 7회 깨졌다. 6회까지 4피안타 무실점으로 쿠바의 막강타선을 꽁꽁 묶던 선발투수 정대현(SK)이 7회 선두 카니자레스에게 2루타를 내준 뒤 듀에나스에게 뼈아픈 역전 2점홈런을 얻어 맞은 것.
승부처는 한국의 7회말 공격. 선두 박현승(롯데)이 볼넷에 이은 기습적인 2루도루로 상대배터리를 흔들었고 채종범(SK)의 볼넷과 강인권(두산)의 3루앞 번트 안타로 무사 만루의 황금찬스를 맞았다. 하지만 한국은 믿었던 김민재(SK)가 3루땅볼로 홈에서 포스아웃된 뒤 정근우(고려대)와 장원진(두산)이 각각 삼진과 파울플라이로 물러나 단 한점도 뽑지 못했다. 한국은 정대현 이후 마정길(한화)과 김기표(경성대)로 이어지는 ‘잠수함 삼총사’를 모조리 투입한뒤 이혜천(두산)과 채병룡(SK)까지 내보내는 ‘벌떼작전’으로 쿠바의 추가점수를 막아냈으나 타선불발로 눈물을 삼켰다. 한국이 친선경기가 아닌 국제대회에서 쿠바를 꺾은 것은 99년 호주에서 열린 대륙칸컵대회가 처음이자 마지막. 당시 한국은 예선에서 연장 10회 터진 권윤민(현 시카고 컵스)의 끝내기 안타로 4-3 승리를 따냈었다.
쿠바는 자국에서 열린 대륙간컵에서 예선리그 포함, 10승무패로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다시 한번 세계최강의 전력임을 증명했다. 공동 3위는 도미니카와 파나마. 쿠바의 카니자레스는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으며 포지션별 올스타엔 외야수 이진영(SK)이 한국선수중 유일하게 뽑혔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