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미디어필림인터내셔널
몽유병과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고교생 도니 다코(제이크 길렌할)는 어느날 밤 토끼 가면을 쓴 프랭크(제임스 듀발)를 만나 세상의 종말이 28일 6시간 42분 12초 남았다는 말을 듣는다.
다음날 아침 골프장에서 잠이 깬 도니는 전날 밤 자신의 방에 비행기 엔진이 떨어지는 사고가 있었음을 알게 된다. 도니의 주변에서는 기괴한 일들이 잇따라 일어나고 평온했던 마을은 공황상태에 빠진다.
도대체 프랭크의 정체는 뭐고, 비행기 엔진의 난데없는 추락은 뭘 뜻하는가? 계속 일어나는 이상한 사건들은 도니의 환각일까, 실재일까? ‘도니 다코’는 보는 내내 솟아오르는 이같은 의문들에 별 답을 주지 않는, 불친절한 영화다. 시간여행에 대해 계속되는 언급, 마지막 부분의 반전은 영화의 혼란스러움이 무엇에 대한 것이었는지를 보여주지만, 얽힌 실타래가 주르르 풀리듯 명확해지기보다 석연찮은 구석이 여전히 남는다.
복잡하기로는 지난해 개봉된 ‘메멘토’ 못지 않으나, ‘메멘토’만큼 퍼즐을 풀고난 뒤의 지적 즐거움을 느끼긴 어렵다. 어떤 평론가들은 “다른 영화들의 위를 개구쟁이 나비처럼 날아다닌다”고 칭찬했으니 영화와 머리 싸움을 즐기는 관객들이라면 도전해 볼만하다. 각본을 쓰고 연출한 신인감독 리처드 켈리는 누구도 영화화하려 들지 않는 시나리오를 들고 2년간 헤매다, 영화사 ‘플라워 필름’을 차린 영화배우 드류 배리모어를 만나 이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원제 ‘Donnie Darko’. 15세이상 관람가. 22일 개봉.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