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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鄭 단일화 합의]조사기관 바꿔 두번 더 실시

입력 | 2002-11-23 01:10:00


민주당과 국민통합21이 22일 전격 타결 지은 단일화협상 내용 가운데 ‘역(逆)선택’ 방지장치는 오히려 후보단일화를 무산시키는 독약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양측은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대통령후보 지지자가 상대하기 유리한 후보를 의도적으로 고르는 왜곡현상의 차단 장치로 후보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 결과 이 후보의 지지율이 최근 2주간 조사에서 나타난 이 후보 단순지지도의 평균치(35% 추정)보다 낮으면 무효화한다는 조항을 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여론조사 결과는 조사시점과 대상에 따라 진폭이 있기 마련이어서 조사 결과 이 후보의 지지율이 ‘역선택’과 관계없이 평균치보다 낮게 나올 가능성이 있다. 또 이 후보 지지자들이 굳이 역선택을 할 필요도 없이 ‘지지후보가 없다’는 응답만 하더라도 이 후보의 지지율을 평균치 아래로 떨어뜨려 단일화를 무산시킬 수 있다.

현실적으로도 역선택과 관계없이 22일 후보단일화 합의나 두 후보간 TV토론의 시너지효과로 노무현 정몽준 두 후보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이 후보 지지도가 상대적으로 최근 평균치보다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이러저러한 사정을 걱정한 민주당측은 “단일화 무산 가능성이 50%를 넘는다. 통합21측이 역선택 방지조항을 고집한 것은 결국 여차하면 여론조사 결과를 인정치 않고 단일화를 깨려는 의도가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이처럼 역선택 논란에 의해 조사 결과가 무효 처리될 경우 유리한 쪽은 “사실상 우리가 이겼다”는 식으로, 불리한 쪽은 “여론조사가 잘못됐다”는 식으로 감정싸움을 벌일 가능성도 있다. 또 이 경우 “0.1% 차라도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두 후보의 다짐과 달리 승복 시비로 번질 가능성도 크다.

양측이 ‘역선택’으로 인해 여론조사가 무효화됐을 경우 여론조사 기관을 바꿔 다음날 2차 조사를 더 하고 그래도 안되면 3차 조사를 하는 식의 보완책을 두기로 한 것은 바로 이 같은 ‘역선택 방지장치의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추가 조사를 무한정 거듭할 수는 없다. 27, 28일이 후보등록일이기 때문에 26일까지는 ‘역선택의 수렁’에서 벗어나야 단일후보를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3차례까지 조사를 계속해도 모두 무효화된다면 그 때까지의 여론조사 결과 중 이 후보의 지지율이 최근의 평균지지율에 가장 근접한 조사 결과를 단일화 후보 선정의 근거로 삼는다는 보완책도 마련했다는 후문이다.

박성원기자 swpark@donga.com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