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새음반을 발표하며 컴백한 록밴드 ‘언니네 이발관’./사진제공 쿠조 엔터테인먼트
모던 록 밴드 ‘언니네 이발관’이 인디 록 진영에 잔잔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들이 4년만에 낸 3집 ‘꿈의 팝송’은 한달여만에 2만장 선을 넘어섰다. 이는 인디 록 수준에선 히트 청신호. 다음달 열릴 라이브 공연의 티켓도 고정팬의 가세로 이미 70%가 나가면서 오랜 공백을 무색케했다.
▷'언니네 이발관' 3집 전곡듣기
‘언니네 이발관’은 리더 이석원의 주도로 94년 결성돼 국내 모던 록 밴드 바람을 이끈 그룹. ‘삐삐밴드’보다 앞서 나온 이들은 특히 90년대 중반 가요계를 휩쓸었던 댄스 음악에 대해 하나의 대안으로 평가받았으며 크고 작은 무대를 500회나 열었다.
이번 새음반에는 리더 이석원(보컬·32)외 다른 세명의 멤버가 모두 교체됐다. 98년 2집 ‘후일담’ 이후 개점휴업상태였다가 1여년전에 이석원이 멤버를 규합해 재결성했다. 새 멤버는 이능룡(기타·25) 정무진(베이스·29) 전대정(드럼·25) 등.
음반의 특징은 타이틀 ‘꿈의 팝송’처럼 몽환적인 팝 선율감과 나른한 보컬이다. 이번 음반의 프로듀서 김재준씨는 “색으로 치면 매우 칼라풀하면서 음악면에서 여러 스타일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2집 ‘후일담’이 흑백 사진처럼 건조한 느낌인 데 비해 3집은 여러가지 시도를 했다는 것이다.
타이틀곡 ‘2002년의 시간들’은 세상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청춘의 나지막한 절규다. 담백한 멜로디와 소리칠 듯하면서도 결코 목소리의 톤을 높이지 않는 보컬이 낯선 세상에 대한 젊음의 방황을 더욱 설득력있게 들려준다. 이 노래는 음반 발매전 인터넷 등을 통해 젊은 층의 주목을 받았다.
다른 수록곡들도 모던 록의 다채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몽환적이면서 힘있는 질주감이 깃든 ‘헤븐’, 팝 사운드에 단조 멜로디를 접합시킨 ‘괜찮아’, 발라드 분위기의 ‘남자의 마음’, 70년대 그룹 사운드를 연상시키는 ‘불우(不遇)스타’, 보사노바 리듬을 도입한 ‘언젠가 이발관’ 등이 각각 서로 다른 얼굴을 지니고 있다.
‘언니네 이발관’은 12월 12일 오후 7시 서울 연세대 100주년 기념관에서 ‘꿈의 콘서트’를 펼친다. 02-3142-8990
허 엽기자 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