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행보가 어수선하다. 남북간 약속을 어기는 것은 물론 우리를 향해 유치한 억지 선전전을 벌이는 등 ‘트러블 메이커’의 구태를 다시 드러내고 있다. 느닷없이 달러를 포기하고 유로를 외화결제수단으로 채택하기로 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아무리 미국이 밉다고 하지만 최악의 경제상황에서 부작용을 무릅쓰고 모험을 하겠다는 것이라면 북한 지도부의 무모함이 걱정스럽다.
북한이 비무장지대(DMZ) 내 지뢰제거 작업 확인을 위한 검증을 거부한 것은 심각한 약속위반이다. 지뢰제거는 경의선과 동해선을 연결하기 위한 절차로 남북간 화해를 구체적으로 증명하는 상징적 합의였다. 북한은 검증절차를 놓고 이의를 제기해 지뢰제거 작업을 지연시키더니 마침내 상호검증 거부 카드를 내밀었다. 유엔사령부의 개입을 이유로 내세웠으나 북한이 애초부터 해당지역의 지뢰를 모두 제거하기로 결심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이 상황에서 군사분계선(MDL) 100m 전방까지 지뢰제거작업을 완료했다는 북한측 주장을 어떻게 믿는단 말인가.
북한의 검증 거부로 경의선 철도와 동해선 임시도로의 연내 개통 일정에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지뢰제거 작업을 위해 북측에 장비와 자재까지 지원한 우리측의 성의를 북측은 이렇게 갚고 있다. 정부는 개통 일정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먼저 북한의 저의부터 정확하게 파악해야 할 것이다.
핵문제에 대해 남북이 공동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북한 관영언론의 공세 또한 젖먹이라도 눈치챌 수 있는 궤변으로 결코 남북관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들이 조성한 핵위기를 미국 탓으로 돌리면서 “핵전쟁이 터지면 최대의 피해자는 북과 남의 우리 민족”이라고 강변하는 것은 책임전가이며 남한 국민에 대한 협박일 뿐이다.
약속위반과 속임수를 되풀이할수록 북한이 설 땅은 좁아진다. 잘못된 처신으로 얼마 남지 않은 대외적 신뢰마저 상실하면 누가 북한을 돕겠다고 나서겠는가. 북한은 지금 대단히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