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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이익치 주장’ 眞이든 僞든 문제다

입력 | 2002-11-24 18:21:00


1999년 검찰의 현대전자 주가조작사건 수사 당시 현대그룹 차원의 대책회의가 있었고, 국민통합21 정몽준 대통령후보도 내부자거래로 20억여원을 챙겼다는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의 주장은 참이어도 문제고 거짓이어도 문제다. 참이라면 정 후보의 후보 적격성에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될 것이고, 거짓이라면 이씨의 부도덕한 폭로 동기 및 배후 여부가 논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정치적 파장이 이 사건의 본질은 아니다. 즉, 국민경제의 흐름을 왜곡시키고 수많은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준 현대전자 주가조작사건 수사는 정치적 유불리에 대한 고려가 개입돼서는 안 된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검찰은 이씨가 구체적인 증거를 제출하지 않는 한 재수사가 어렵다는 입장인 모양이다. 3년 전 수사 때 내부자거래 부분은 무혐의로 결론이 났고, 대책회의와 관련해서도 정 후보 일가의 혐의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검찰이 주가조작의 주범으로 단정할 만큼 이 사건 내막에 정통한 이씨의 새로운 주장을 결코 흘려 넘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검찰은 즉각 재수사에 나서 이씨 주장의 진위를 밝혀야 한다. 물론 이씨도 폭로만 계속하지 말고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증거를 당장 제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소모적인 정치공작 논란만 증폭시켜 대선 정국을 더욱 혼탁케 할 것이다.

22일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의 토론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이익치씨를 불러 기자회견을 시킨 것이다”고 사주 의혹을 제기했을 뿐만 아니라 국정조사까지 요구하고 있는 정 후보 또한 자신의 발언에 책임을 지고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이 정 후보를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고발했고 이씨도 정 후보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한 상태이므로 검찰이 재수사를 머뭇거릴 이유도 없다. 신속한 진상규명은 서로 억울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관련 당사자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주가조작의 피해자는 투자자이고, 경제 왜곡의 피해자는 전 국민임을 검찰이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