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본보와 코리아리서치센터(KRC)가 공동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대(對) 이회창(李會昌) 경쟁력’에 있어서는 민주당 노무현(盧武鉉), 국민통합21 정몽준(鄭夢準)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간발의 차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일후보로 누가 결정될지가 예측불허의 상황임을 여실히 보여준 셈이다.
▽대 이회창 경쟁력〓‘이회창 후보에 맞설 단일후보로 누가 더 적절한가’라는 질문에 대한 유권자의 응답 결과는 △전체 응답자 △이 후보 지지자 제외 △노, 정 후보 지지자 △이 후보 지지자 등 모든 경우에 있어서 오차범위 내에서 엇갈렸다.
전체 응답자에서는 노 후보가 0.9% 앞섰으나, 이 후보 지지자를 제외할 경우에는 정 후보가 0.8%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23일 실시된 다른 여론기관의 조사에서도 대체로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노, 정 후보 지지자만 따졌을 때에는 노 후보가 43.5%, 정 후보 46.7%로 정 후보가 3.2%포인트 앞선 반면 이 후보 지지자만 따졌을 때에는 노 후보 35.5%, 정 후보 30.9%로 노 후보가 더 높았다.
이처럼 조사 결과가 엇갈린 데에는 정 후보 지지층의 결속력이 예상 밖으로 노 후보 지지층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데다 민주당 지지층의 경우는 정 후보에 대한 선호도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정 후보 지지자들은 84.8%가 단일후보로 정 후보가 적합하다고 응답했으나, 노 후보 지지자들은 79.2%만이 노 후보를 단일후보로 선호했다. 노 후보 지지자의 11.8%는 이 질문에 아예 응답조차 하지 않았다.
한편 민주당 지지자는 노 후보 62.9%, 정 후보 26.0%로 분산된 반면 통합21 지지자는 정 후보 82.4%, 노 후보 11.0%로 높은 결집력을 보였다.
지역별로는 인천 경기 호남 영남지역에서는 노 후보가, 서울 충청 강원 제주지역에서는 정 후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호남지역의 경우 노 후보 41.8%, 정 후보 40.2%로 노 후보가 약간 앞섰다.
▽단일화 효과〓노, 정 후보간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그 효과는 정 후보가 노 후보보다 다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 후보로 단일화됐을 경우 노 후보 지지층은 56.2%가 정 후보를 지지했으나, 노 후보로 단일화됐을 경우 정 후보 지지층은 53.6%가 노 후보를 지지했다. ‘이 후보 지지’로 이탈하는 비율도 정 후보 지지층은 22.1%나 됐으나, 노 후보 지지층은 13.2%였다.
정 후보가 단일후보가 됐을 경우 노 후보 지지층의 8.9%는 민주노동당 권영길(權永吉)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밝혔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다자대결 ‘단일화 효과’▼
노무현(盧武鉉), 정몽준(鄭夢準) 두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한 이후 후보단일화에 따른 시너지효과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자대결 구도에서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후보는 하락세를, 노-정 후보는 동반상승세를 보이는 것이 단적인 예다.
이 후보는 5일 본보-KRC 조사에서 36.0%를 기록해 ‘마(魔)의 벽’으로 불려온 35%대를 뛰어넘었으나, 23일 조사에서는 31.7%로 보름남짓 사이에 4.3%포인트가 떨어졌다.
반면 노 후보는 16.8%(5일 조사)→23.7%(23일 조사)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고, 정 후보도 22.4%(14일)→20.3%(17일)→23.5%(23일)로 하락추세에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특히 9일 전인 14일 조사에 비해 이 후보는 대구 경북지역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5∼6% 포인트가 하락했다. 다만 대구 경북지역은 14일 53.5%, 23일 53.8%로 이 후보 강세 추이가 여전했다.
노 후보의 경우는 20, 30대 연령층에서 각각 29.8%, 29.3%로 1위로 올라섰고, 호남지역과 부산 울산 경남지역에서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정 후보는 서울지역에서 29.7%로 지지도 1위를 기록했다.
호남지역의 경우 노 후보 지지도는 34.1%(14일)→53.6%(23일)로 급상승하면서 정 후보와의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정 후보는 24.8%(14일)→26.7%(23일)로 약간 올랐다.
부산 울산 경남지역은 이 후보의 지지도가 49.1%(14일)→43.9%(23일)로 5.2%포인트 하락한 반면 노 후보 13.9%(14일)→20.7%(23일), 정 후보 15.9%(14일)→19.7%(23일)로 각각 상승세를 보여 한나라당 지지성향이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충청지역은 이 후보(24.9%), 노 후보(19.3%), 정 후보(21.7%)로 3분된 가운데 부동층이 31.5%로 크게 늘었다.
단일화 성사를 전제로 한 당선가능성에서 이 후보는 47.6%(14일)→43.9%(23일)로 낮아졌으나, 단일후보는 12.8%(14일)→23.3%(23일)로 크게 높아졌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지지후보 판단기준 자질-정책-인상 順”▼
대선에서 유권자들이 지지후보 결정에 가장 우선적 판단기준으로 삼고 있는 것은 ‘자질’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지지후보 결정시 고려 요인의 중요도를 조사한 결과 ‘매우 영향을 미친다’는 응답비율은 △자질(58.6%) △정책 및 공약(37.0%) △인상 및 이미지(22.0%) △주위 평가(17.3%)의 순이었다.
지지요인별로 대선후보를 평가했을 경우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자질(32.5%)과 정책 및 공약(22.4%) 항목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반면 국민통합21의 정몽준 후보는 인상 및 이미지(37.4%)에서는 1위를 기록했으나, 자질(18.5%)과 정책 및 공약(14.1%) 항목에서는 세 후보 중 가장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는 자질(23.6%)과 정책 및 공약(19.1%)에서는 2위를, 인상 및 이미지(21.0%)와 주위평가(17.0%) 항목에서는 3위를 차지했다. 자질 항목은 연령별로 편차가 컸다. ‘자질이 가장 나은 후보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20, 30대는 노 후보(20대 31.8%, 30대 33.5%)를 꼽았으나, 40대 이상은 압도적으로 이 후보(40대 35.9%, 50대 이상 43.8%)를 선택했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