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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과 삶]별난 인형수집가 2人

입력 | 2002-11-24 19:32:00


그들에게 인형은 단순한 놀이의 대상이 아니다. 인생의 꿈과 애환이 담겨 있다. 통통하고 못생긴 돼지인형과 늘씬하고 깜찍한 바비인형이 각각 가져다 준 색다른 사연들을 들어본다.

▼돼지갈비집 운영 최중호씨

돼지인형의 종류도 다양하다. 금빛 돼지, 손톱만한 신랑 신부 돼지, 곱게 깎은 크리스털 돼지 등. 최중호씨(55·경기 성남시 분당구·사진)에게는 200여개의 돼지인형 하나하나에 사연이 담겨 있다. 무엇보다도 이들은 최씨가 겪은 ‘인생 역전’의 상징물이다.

최씨는 돼지갈비 바비큐집 ‘최대감’의 사장. 이 가게는 냄새가 적은 담백한 조리 방법에 독특한 소스를 곁들여 꽤 맛있다고 소문이 났다. 1999년 서울 중랑구 신내동 골목집에서 시작해 지난해 신촌대로변에 2호점을 냈으니 짧은 기간에 성공한 셈이다.

그는 한때 고속도로휴게소를 소유했을 만큼 남부럽지 않은 재산가였다. 그러나 무리한 사업 확장에 외환사태가 겹쳐 1998년 5월 경영하던 휴게소를 고스란히 남의 손에 넘기고 집까지 경매에 부쳤다. 졸지에 빈털터리가 돼 6개월 동안 방황하던 그는 우연히 ‘돼지 요리’에 눈을 떴고 자신만의 아이디어를 곁들여 돼지갈비 바비큐 사업에 뛰어들었다.

요리 연구에 힘을 쏟은 결과 첫날 매출 4만원이던 식당은 4개월 만에 하루 매출 100만원을 넘어섰고, 지금은 그 몇 배인 유명 음식점으로 자리잡았다.

“돼지인형을 사 모으기 시작한 것도 식당 일이 궤도에 오르면서부터였어요. 나의 재기를 이끌어준 돼지가 고맙기도 했고요. 돼지띠인 나는 뭔가 돼지와 통하는 것 같아요.”

그는 요즘도 장사가 잘 돼 기분 좋은 날이나 마음먹은 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 날이면 인사동 등지를 돌아다니며 돼지인형을 사 모으고 있다.

주성원기자 swon@donga.com

▼'수집취미가 사업으로' 임주민씨

바비인형들이 ‘놀러 간다’. 분홍색 가방에 고이 담겨 새로운 주인을 만나 신나게 놀다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서울 은평구 대조동 ‘바비인형 빌려주는 집, doll(인형)네’의 바비인형 이야기다. 올 4월 가게를 연 임주민(林周旼·32·사진)씨는 바비인형 수집가. 어릴 때부터 하나둘 모아둔 인형이 무려 300여개에 이른다. 2남4녀 중 막내인 그는 바로 위 오빠와도 11살 터울로 어릴 때부터 친구들과 어울려 인형놀이를 하는 일이 많았다.

“너무 많아진 인형을 둘 곳이 없어 고민하던 중 올해 초 우연히 대문 앞에 붙은 한복대여 전단지를 봤어요. 딱 무릎을 쳤지요. 인형도 빌려주면 되겠다 싶었죠.”

임씨는 우선 주변 이웃에게 인형을 빌려주기 시작했고 반응은 생각보다 좋았다. 그래서 아예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가게를 열었다.

인형 하나의 대여료는 2박3일에 3000원으로 비교적 저렴한 편. 물론 그가 이미 모아둔 인형을 빌려주는 일이라 여유는 있지만 그나마 생긴 이윤은 다시 인형을 사는 데 모두 투자한다. 때문에 가게 운영을 위해 그는 어린이옷도 함께 팔고 있다.

손님은 주로 여자 어린이가 많지만 남자 어린이도 제법 있다. 여중고생은 물론 40대 주부, 그리고 가끔 20대 남성도 가게를 찾는다.

취미가 직업이 돼 행복하다는 그에겐 한 가지 꿈이 있다. “일상에 지친 사람들이 우리 인형을 보고 잠시나마 피로를 풀 수 있는 마음의 사랑방을 꾸미는 일입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