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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700고지' 전문가들 전망 엇갈려

입력 | 2002-11-25 18:13:00



‘종합주가지수 700 돌파’의 의미를 어떻게 풀이해야 할까.

“능선을 타고 오르면 곧 정상에 도달할 것”이라고 자신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더 높은 능선에 오르기 위해 또다시 계곡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의견 차이는 더욱 크다. 비관론자는 “길게 보면 이제 내리막길에 접어들었을 뿐”이라고 하고 낙관론자는 “머지 않아 구름을 내려다볼 수 있는 1000 고지가 눈앞에 펼쳐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짧게는 연말연초, 길게는 내년 주가 흐름을 바라보는 증권가의 시각차는 이렇듯 크다.

하반기 주가를 580∼720으로 전망했던 LG투자증권은 “이제 약세장에서의 반짝 상승은 끝났다”고 주장한다. 10월 중순 바닥을 찍은 주가는 △낙폭과대에 따른 기술적 반등 △일시적 수급 불일치에 힘입은 반도체값 상승 △증시 유동성 보강에 대한 기대 등으로 어느 정도 오를 여지가 있었지만 이제는 △D램 가격이 꺾이고 △채권시장(미국)이나 부동산시장(한국)을 등진 돈이 주식시장을 외면하는 데다 △주가가 오를 만큼 올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요즘 증권가에서는 비관론이 드물다. 다만 UBS워버그가 25일 “한국 경제는 내년에 올해보다 더 위축될 것이며 2004년에 가서야 성장률 4.7% 안팎의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10월 중순 잠깐 비관론을 비추던 삼성증권은 25일 “당초 예상과 달리 내년 초까지 랠리가 연장될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다시 연초의 낙관론으로 되돌아갔다. 삼성증권 김승식 부장은 △미국 채권시장에서 돈이 빠져 나오고 있고 △경험상 12월에는 미국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는 데다 △대 이라크 공격이 늦춰지면서 투자심리가 좋아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최근 강한 낙관론을 펴고 있는 교보증권 임송학 투자전략팀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지금 한국과 미국 증시는 경기회복 시그널에 힘입어 본격적인 상승 국면에 돌입했다”고 주장한다. 이달 중 발표된 소비자신뢰지수, 실업수당청구건수, 핵심생산자물가지수 등 주요 미국 경기지표가 바닥을 치고 있고 미국에 이어 일본과 유럽연합이 금리인하 움직임을 보이면서 전 세계적으로 증시 대기자금이 풍부해졌다는 것.

이 같은 연말연초 장세에 대한 현격한 시각차는 내년 증시 전망에서도 그대로 재현된다.

LG투자증권은 작년부터 나타난 기업 매출의 급격한 위축이 추세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판단하고 내년 주가를 551∼771포인트(평균 646)로 낮춰 잡았다.

반면 삼성증권은 한국과 미국에서 실물 경기가 점진적으로 회복되면서 국내 주가가 650∼960포인트(평균 820)로 한 단계 상승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시 전문가들의 주가 전망은 늘 엇갈린다. 특히 요즘 나타나는 시각차는 똑같은 변수에 대한 해석이 다르기 때문이 아니라 분석가들이 중시하는 변수들이 그 어느 때보다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만큼 증시 주변의 불확실성이 크다는 뜻이다.

이철용기자 lcy@donga.com

신석호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