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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할리우드는]꿈을 보여줘! 인디

입력 | 2002-11-25 18:13:00

올해 미국 인디 영화의 ‘기적’으로 불리는 영화 ‘마이 빅 팻 그릭 웨딩’. 제작비의 40배에 이르는 흥행 수입을 거뒀다.


“자, 이게 네가 해줘야 할 일이야. 가훈처럼 매우 중요한 건데 말이지. 준비됐어? 바로 이거라고. 돈 벌게 해줘(Show Me The Money)!”(영화 ‘제리 맥과이어’에서 미식축구 선수 로드가 에이전트인 제리에게)

수익을 내야 한다는 절박한 요구 때문에 괴로운 이는 대형 스포츠 에이전트 회사에서 나와 고군분투하는 ‘독립’ 에이전트 제리만이 아니다. 메이저 영화사 밖에서 ‘예술’로서 영화를 만들며 기존 가치에 도전하는 역할을 본령으로 삼아온 미국 인디펜던트(독립) 영화계에서도 이제 상업적 수익 창출은 외면할 수 없는 지상 과제다.

#1‘인디우드(Indie-wood)’의 할리우드화

‘와호장룡’ ‘해피니스’ 등을 만든 인디펜던트(이하 인디) 영화사 굿 머신이 5월 메이저인 유니버설 영화사에 인수되자, 뉴욕의 주간지 빌리지 보이스는 “미국 인디 영화의 소멸을 알리는 사건”이라고 개탄했다. 유니버설 영화사 휘하에 들어간 굿 머신이 착수한 첫 프로젝트는 블록버스터급 영화인 ‘헐크’다.

인디 영화의 대표주자였던 미라맥스가 디즈니에 배급권을 넘긴 90년대 중반부터 최근까지 할리우드의 주요 흐름 가운데 하나는 메이저 영화사들의 ‘인디우드’ 장악. 모든 메이저 영화사들이 인디 영화 계열사들을 갖추었고, 이 계열사들은 수익을 내야 한다는 모기업의 압력 아래 기존의 ‘인디 정신’을 잃어갔다.

이 같은 경향은 메이저 밖의 인디 영화사에도 “살아남으려면 체급을 늘려야 한다”는 압박을 준다. 해리슨 포드에게 ‘2500만달러+수입의 25%’의 출연료 지급을 약속하고 1억달러를 끌어모아 ‘K-19’를 무리하게 만들었다가 흥행 실패로 곤경에 처한 인디 영화사 인터미디어가 그 같은 사례다.

#2 인디의 딜레마

인디의 ‘독립’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는 10년간 150∼200%가량 오른 마케팅 비용. 대부분의 인디 영화사들이 제작비의 60∼70%를 해외 배급권 사전 판매로 조달하는데, 올해 독일 미디어그룹 키르히의 파산 등 해외경기 침체도 인디의 발목을 잡고 있다.

영화 한 편의 극장 상영수입보다 비디오 DVD 판매 수입이 커져가지만, 홈 엔터테인먼트 시장이 블록버스터 위주로 재편되는 것도 큰 장애 요인. 지난해 미국에서 개봉된 인디 영화 270편 중 극장에서 200만달러 이상을 번 영화는 10%에 불과한데, 요즘 대형 비디오 체인들은 극장 개봉 수입이 100만달러 미만인 영화의 비디오나 DVD 구매를 기피하는 실정이다.

#3 그래도 인디는 계속된다?

메이저의 지배력이 아무리 커져갈지언정 ‘마이너리그’ 없이 ‘메이저리그’만으로 운영되는 종목은 없다. 가끔 메이저를 놀라게 하는 마이너리그의 선전(善戰)이 끊이지 않는 것이 할리우드가 생명력을 유지하는 동력이기도 하다.

요즘 미국 인디의 선두주자는 ‘이 투 마마’ ‘마이 빅 팻 그릭 웨딩’ 등을 잇따라 성공시킨 IFC필름. 4월 개봉된 ‘마이 빅 팻 그릭 웨딩’의 제작비는 500만달러에 불과하나 흥행수입은 2억100만달러에 이른다.

영화 역사의 초기 단계부터 메이저의 흥망성쇠 속에서도 인디는 꾸준히 존재해왔다. 대부분의 A급 감독과 제작자들도 시작할 때는 모두 인디였다. 영화에 ‘꿈의 흔적’이 남아 있는 한, 인디는 계속 할리우드에 신선한 피의 공급원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 -끝-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