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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가블랙박스]첫 영화 출연하는 배용준 "이제 나도 배우"

입력 | 2002-11-25 18:16:00


드라마 ‘겨울연가’의 주인공 배용준이 연기자로 데뷔한 지 8년 만에 영화 ‘스캔들’에 출연한다.

1994년 KBS 드라마 ‘사랑의 인사’로 데뷔한 그는 많은 드라마에서 주인공을 맡았지만 정작 그토록 하고 싶어하던 영화는 한 편도 찍지 못했다.

오히려 탤런트가 되기 전, 한 영화사에서 제작 스태프로 일할 때 영화 ‘삘구’에 엑스트라나 마찬가지인 조연으로 출연한 적이 있다. 하지만 이는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스태프가 보수없이 단역으로 출연한 경우여서 이 영화를 그의 필모그래피에 포함시키기는 어렵다.

수년 전 그가 청춘스타로 정상의 인기를 구가할 때 많은 영화사들이 그에게 캐스팅 제의를 했다. 영화 ‘남자의 향기’ 제작진은 배용준을 캐스팅하기 위해 시나리오를 몇 번씩 고치기도 했고, 이정향 감독의 데뷔작이었던 ‘미술관 옆 동물원’의 제작사는 여자 주인공으로 대형 스타인 심은하를 캐스팅해놓고도 상대역으로 점찍어 둔 배용준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다. 한동안 영화계에는 배용준이 너무 까다로운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고 심지어 그가 영화를 찍기란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올해 초 ‘겨울연가’의 빅히트로 다시 한 번 돌풍을 일으키고 난 뒤 그는 다음 작품은 무조건 영화라고 못박았다. 3개 방송사가 일제히 러브콜을 해도 드라마는 거들떠보지 않았다. 올해에는 꼭 영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에 직접 시나리오를 챙겨 읽었다.

안성기 한석규 박중훈이 속한 영화배우 골프 모임에도 가입했다. 그와 절친한 김승우 장동건 차태현이 함께 하는 모임이라 어색하진 않았으나 다른 회원들은 모두 영화계에서 자리를 잡았는데 자신만 아직 영화를 찍지 못했다는 자격지심(?)에 머쓱해 하기도 했다.

‘국화꽃 향기’ ‘향’ 등 시나리오가 탄탄한 작품들이 그의 마음을 움직였지만 한결같이 그가 TV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멜로라는 점에서 선뜻 끌리지 않았다. 영화 ‘친구’ ‘챔피언’의 곽경택 감독이 준비하는 새 영화 ‘똥개’에 관심이 끌렸지만 이미 정우성이 캐스팅됐다.

아무 작품도 결정하지 못하고 다시 겨울을 맞은 배용준은 내심 조급했고 때마침 영화 ‘스캔들’이 그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이다. ‘스캔들’에는 영화 ‘반칙왕’을 만들었던 영화사 ‘봄’이 제작하고 ‘정사’를 만든 감각파 이재용 감독이 연출하며 이미숙 전도연이라는 두 명의 톱스타가 출연한다.

조선 시대에 바람둥이 선비가 두 여인과 벌이는 애정 행각을 담은 이 영화를 놓고 배용준은 심사숙고 끝에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영화가 사극이라 상투를 틀고, 수염을 붙여야 하고, 영화 내용상 노출 장면이 많아 옷을 벗어야 하고,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안경을 쓰지 못한다는 점 등 지인들이 우려하는 대목도 있지만 배용준은 요즘 이 작품에 푹 빠져 있다.

평소에도 대본이 너덜너덜해질만큼 노력하는 배우로 소문난 그가 TV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을 영화에서 보여주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내년 극장에서 팬들을 만나게 될 배용준의 첫 영화가 기대된다.

시나리오 작가 nkjak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