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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람]대주건설 허재호 회장 "좋은 땅은 꼭 사두죠"

입력 | 2002-11-26 17:16:00


이런 회장실도 있을까. 집무실에 책상이 없다. 그림이나 책장 등 아무런 장식물이 없다. 하다 못해 사시(社是)를 담은 표구라도 있을 법한데 그것조차 없다. 사람들과 앉아서 담소를 나누는 소파만 놓여 있다. 서울 남대문 옆 대한화재 15층에 있는 대주건설 허재호(許宰晧·60) 회장의 집무실 풍경이다.

“작년부터 7개 계열사의 경영을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면서 결재할 일이 없어서 책상을 치워버렸습니다.”

허례허식을 싫어하고 ‘기업은 이익창출에 집중해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그대로 보여준다.

허 회장의 독특한 경영철학은 전문경영인과의 관계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계열사의 경영에 일절 간섭하지 않는다. 임원들의 승진인사도 사후에 보고를 받을 뿐이다. 대신 계열사의 결산 자료는 매일 빠짐없이 챙긴다.

“회사는 전문경영인이 소신껏 자신의 스타일대로 운영하는 대신 그 성과는 이익으로 나타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소 과격하다 싶지만 결과는 매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광주(光州)의 지역 건설업체로 출발한 대주건설이 지난해 말 인수한 대한화재가 벌써 흑자를 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평이다.

일상적인 경영활동에서는 손을 뗐지만 허 회장이 아직 손을 놓지 않는 부분이 하나 있다. 좋은 땅 고르기이다. 건설업의 핵심이 좋은 땅을 찾는 데 있다는 신념 때문이다.

요즘 대부분의 건설업체들이 내년 시장 전망이 불투명하다며 땅 매입을 주저하지만 그는 “좋은 땅은 꼭 사라”고 임직원들에게 강조한다.

“건설업에서 땅 매입은 제조업체의 투자와 같은 개념입니다. 경기가 불투명하다고 투자를 게을리했다가는 성장할 수 없습니다.”

허 회장은 내년 부동산 경기에 대해 “시중에 돈이 워낙 많이 풀려 있기 때문에 부동산 경기가 쉽게 가라앉지는 않겠지만 내년 하반기부터는 부동산 사이클이 하락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이병기기자 ey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