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입학식에 참석한 신입생들의 귀여운 모습./동아일보 자료사진
대전에 사는 주부 김현아씨(33)는 97년 1월생인 아들 때문에 고민이다.
아들은 법적으로 내년 3월 초등학교에 입학할 수 있는 나이가 됐다. 하지만 김씨가 보기에 아들은 또래보다 어리고 덩치도 작다.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유치원 수업도 따라가지만 워낙 산만하고 장난이 심해 수업시간에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을지조차 의문이다.
“남자 아이기 때문에 리더십도 있었으면 해요. 덩치가 작다고 1학년때부터 또래의 뒤만 따라다니다 커서도 리더 역할을 못하면 어쩌나 걱정이예요.”
김씨의 아들이 다니는 영어 유치원에는 97년 1,2월생이 9명이다. 이중 6명은 1년 늦춰 2004년에 초등학교에 보내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
한 달이 무서울 나이에 1년 가까이 성숙한 96년 3월생들과 한 교실에 집어넣을 경우 과연 경쟁이 되겠느냐는 고민들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급적이면 늦추지 말고 제 나이에 보내라”고 조언한다.
이화여대 부속 초등학교 조연순 교장은 “신체적 정신적 발달 속도는 개인차가 크기 때문에 나이가 어리다고 반드시 발달 수준이 낮다고 보기 어렵다”며 “아이가 많이 뒤쳐지지 않는다면 학년이 올라가면서 또래를 따라 잡으므로 가급적 제때 보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우선 아이의 발달 정도가 어느 수준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조교장에 따르면 ‘내 아이는 내가 잘 안다’는 생각을 버리고 반드시 전문가들의 조언을 참고해야 한다.
아이를 잘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의 교사들이다. 유치원에서는 집단 생활을 통해 아이를 관찰하고 또래들과 비교하기 때문에 아이에 관해 비교적 정확한 평가를 내릴수 있다.
유치원 교사들은 원아들의 언어 신체 사회 정서적 발달 정도를 파악한뒤 초등학교 생활에 적응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되는 아이의 부모에게는 입학 유예를 권한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극히 드물다.
연세대 어린이 생활지도 연구원 이재선 원감은 “취학 연령이 되면 아이들이 초등학생이 된다는 생각에 들떠있게 되는데 1년을 늦출 경우 아이가 실망하고 자신감도 잃게 된다”며 “언어 신체 사회 정서 4개 분야중 1,2개 분야에서만 쳐지는 정도라면 3학년이 되면서 또래와 같아지게 되므로 제때 입학하도록 권하고 있다”고 말했다.
1,2월생들이 초등학교 생활에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홍익대 부속 초등학교 장철영 교장은 “지금부터 스스로 계획을 세워 생활하는 법과 친구들과 어울리는 법 등을 깨치도록 하고 자신감을 갖도록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예를 들어 “학교 갔다와서 뭐 할꺼니?” 하고 묻거나 방학때는 “선생님이 안계시니까 네가 선생님이라고 생각하고 무엇을 할 것인지 생각해보라”며 계획성 있는 생활을 하도록 유도한다. “경복궁에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 하는 질문으로는 기획력과 사고력을 키워줄 수 있다. 또 친구들과 어울려 놀 수 있도록 배려해 사회성을 길러준다.
이진영기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