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기능올림픽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경쟁을 하고 있는 박상준(오른쪽), 상용 쌍둥이 형제.사진제공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
“둘 중에 누가 국제기능올림픽대회 국가대표로 선발되든지 축하해 주기로 약속했어요.”
고교 3년생 쌍둥이 형제가 내년 6월 스위스에서 열리는 제37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 귀금속공예부문 국가대표 자리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서울 단국공고 3년인 박상준(朴相俊), 상용(相勇) 형제는 27일부터 내년 1월 초까지 3회에 걸쳐 치러지는 국제기능올림픽 대표선수 선발전을 위해 학교 수업 이후 훈련에 열중하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국제기능올림픽 국가대표에 먼저 도전한 것은 형 상준으로 2001년 서울지방기능경기대회에서 3등을 차지했다. 동생 상용은 올해 같은 대회에서 2등을 하면서 나란히 만 22세 이하만 참가할 수 있는 국제기능올림픽대회 후보선수가 됐다.
“귀금속공예는 반지나 귀고리, 브로치 등을 만드는데 저와 동생은 실력 차이가 거의 없어요.”(상준)
“고교를 졸업하면 형과 함께 미국에서 영어를 배운 뒤 스위스로 건너가 귀금속공예를 더 배워 교수를 할 거예요.”(상용)
이들 형제가 귀금속공예에 눈을 돌린 것은 어머니 윤미경씨(43)의 조언이 결정적이었다. 화장품회사 간부인 윤씨는 토털패션에서 각종 장신구가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형제는 윤씨와 함께 귀금속공방 등을 둘러보면서 직업 전망에 자신감을 갖게 됐고 인문계고교 대신 공고를 택했다. 윤씨는 두 아들이 학교에서 제대로 배우지 못하는 분야의 경우 국내 귀금속공예 1호 명장인 진용석씨로부터 지도를 받도록 해주었다.
단국공고 이서희(李瑞熙·48) 지도교사는 “상준, 상용 형제의 희망에 따라 정규과정에 없는 귀금속공예를 특기교육으로 가르쳤다”며 “소신을 갖고 진로를 선택하면 길이 열린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이 진기자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