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과 선수도 궁합이 맞아야 하는 것일까.
LG 포워드 김재훈(30·1m93·사진)은 같은 팀 김태환 감독을 볼 때마다 30개월 된 아들 생각을 한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아들과 감독의 이름이 똑같은 것.
김 감독이 LG 사령탑으로 옮기기 직전인 2000년 2월 첫 아들을 본 김재훈은 서울 종로의 한 작명소에서 지어준 몇 개 이름 가운데 ‘김태환’을 골랐다. 당시 이름을 지으면서 김 감독을 떠올렸다는 게 김재훈의 얘기.
올 시즌 자유계약선수로 풀리면서 SBS에서 LG로 둥지를 옮긴 김재훈은 김감독과 처음 만나 이런 사실을 털어놓았다. 김 감독 또한 특유의 너털웃음으로 김재훈을 반겼다.
그러나 시즌 초반 김재훈의 활약은 코칭스태프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스피드를 앞세운 LG의 팀컬러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고 득점력도 뚝 떨어졌다. “잘 해야 된다는 부담 때문에 오히려 몸이 굳어졌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보다 못한 김감독은 극약 처방을 내렸다. 훈련 때 김재훈을 ‘베스트5’가 아닌 후보그룹에 넣어 ‘채찍질’했다. 훈련시간도 하루 2시간 이상 늘렸다.
김재훈 또한 휴일에도 집으로 가지 않고 서울 방이동 숙소에서 개인훈련을 하며 땀을 쏟았다. 지옥훈련의 결과는 곧 나타났다.
시즌 초반 7경기에서 평균 3.7점에 그쳤던 득점이 이후 7경기에서는 10.9점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났다. 몸 동작이 느린 탓에 약점으로 지적됐던 수비도 좋아져 이젠 상대팀 주 득점원의 마크맨으로 나서 악착같은 근성으로 족쇄 수비를 펼친다.
용병술의 귀재로 통하는 김감독은 “느긋한 성격의 김재훈에게 자극을 주기 위해 일부러 애를 먹였다. 지금 김재훈은 팀의 보배나 다름없다”며 흐뭇해했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