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서 무료로 음악을 들을 수 없게 된다면? 불법 음악파일을 올린 음악 사이트나 동호회가 모두 폐쇄된다면? 네티즌 수천명이 한꺼번에 저작권 침해로 소송에 걸린다면?’
한국음반산업협회(회장 박경춘)가 온라인을 통해 불법복제, 유통되는 음악파일에 대해 형사 고발 등 강경 대응에 나서면서 인터넷상 저작권 침해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소리바다’ 사건에 이은 음산협의 이번 움직임에 네티즌들은 초긴장 상태. 이들 대부분은 “힘을 모아 맞대응하자”며 반발하고 있지만 음반 사업자들은 “불가피하고 당연한 조치”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저작권 위반 논란 어디까지 왔나〓문제가 불거진 것은 음산협이 지난달 말 포털사이트 다음커뮤니케이션에 ‘불법 음악사이트(카페) 폐쇄 사전공지의 건’이라는 공문을 보내면서부터. 음산협은 일단 음악카페 5000개를 대상으로 저작권 침해 여부를 집중 점검해 적발될 경우 즉각 민형사상의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통보했다.
음산협은 이후 나머지 음악카페와 다른 사이트로 단속 범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이런 사이트가 다음에만 3만여개에 이르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 같은 조치는 인터넷 이용객들에게 큰 타격을 주는것.
다음측이 “시간을 갖고 논의하자”고 요청한데 이어 문화관광부가 중재에 나서고 있어 음산협측의 법적 움직임은 일단 늦추어진 상태. 또 다음과 음산협, 문화부는 29일 ‘3자 회동’을 갖고 이 문제를 정식으로 논의할 예정. 네티즌과 음반업계가 모두 숨죽이고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끙끙 앓는 음반시장〓음산협이 문제삼고 있는 것은 사용료를 내지 않은 MP3 음악파일, 뮤직비디오 등을 무료로 내려받게 하거나 무료 스트리밍 서비스(음성 및 영상의 실시간 재생을 뜻하며 특정 파일을 사이트에 올려 누구나 접속해 들을 수 있게 하는 것)로 연결시키는 것. 소리바다 사건으로 한 차례 문제를 제기했지만 법원의 서비스 금지 가처분결정 이후에도 이 사이트는 방식만 조금 바꾼 P2P(peer to peer) 형식으로 서비스를 계속하고 있다.
이에 음산협은 사이트 자체가 아닌 회원들끼리 음악파일을 교환하는 동호회에 대해서까지 칼을 들이대기에 이르렀다.
여기에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음반시장의 위기감이 크게 작용했다. 음반업계는 “인터넷상의 불법유통 때문에 오프라인 수요가 줄어 도산 위기에 몰렸다”고 아우성이다.
소규모 음반기획 및 제작사는 증가했지만 4000억원대에 이르던 국내 음반시장 규모는 지난해 오히려 3700억원대로 줄었다. 꾸준히 증가하던 테이프와 CD 생산량도 2000년 2억8300여개에서 지난해 2억7700여개로 그래프가 꺾였다. 음반업계에서는 올해 연예계 비리 수사 등까지 겹쳐 실적이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음산협의 금기훈 전문위원은 “온라인상 불법 음악파일 유통으로 최근 2년간 음반시장이 사상 유례 없는 불황을 겪고 있다”며 “불법복제 확대, 정규 사업자 도산 등의 악순환이 계속되면 2, 3년 안에 음반시장이 붕괴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네티즌은 반발하지만…〓논란이 계속되자 벅스뮤직 등 전문 음악사이트 업체들은 유료화 여부를 검토하는 등 대응책에 부심하고 있다.
초기 발끈했던 네티즌들의 목소리도 단속 시기가 미뤄지면서 일단 가라앉은 상태. 그러나 “온라인상 정보공유의 자유를 막는다” “질 낮은 음악으로 외면받은 음반업계의 책임을 네티즌에게 돌린다”는 등 불만의 목소리는 계속되고 있다. 테이프를 복사해 친구들과 돌려듣는 것과 뭐가 다르냐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도 많다.
저작권법 제27조는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사용하거나 가정 등 한정된 범위에서 저작물을 이용할 경우 복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오프라인상의 이 개념을 온라인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 법조인들은 확대 재생산과 유포가 쉬운 인터넷의 특성상 이는 무리라고 지적한다.
저작권법 전문 박성호 변호사는 “인터넷상 파일 교환은 최종 이용자(end user)를 동시에 정보 생산자의 위치로 바꿔 놓는다”며 “이런 생산, 소비자효과(prosumer effect)를 고려할 때 한 번의 다운로드 행위를 더 이상 사적 이용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