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공기업 민영화 반대 등을 요구하며 파리 시내에서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다. - 파리AP연합
서유럽이 수십만명에 달하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대규모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26일은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에서 근년 들어 유례 없는 파업과 가두행진이 벌어져 ‘검은 화요일’로 기록됐다.
사회복지의 모범생인 서유럽의 대규모 파업은 우파적인 정부정책과 좌파 노조의 이해가 정면 충돌했기 때문. 우파가 득세한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사회복지 예산을 줄이려는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과 과거 수준의 복지를 요구하는 노조가 맞서 충돌이 예고됐다. 영국도 토니 블레어 노동당 내각이 사실상 우파정책을 취하면서 노동당의 최대 지지기반인 노조와 크고 작은 충돌을 빚어왔다.
▽프랑스〓철도 교통 통신 우편 및 항공관제사 등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전면 파업에 들어갔다. 철도노동자 5만여명이 주축이 된 7만여명의 공공부문 노동자들은 이날 ‘공기업 민영화 반대’, ‘사회보장 및 연금 혜택 고수’ 등을 외치며 파리 시내에서 가두행진을 벌였다. 이 때문에 파리의 지하철과 버스 운행이 마비되다시피 했다.
지방에서도 공공부문 노동자 3만여명이 동조시위에 나서 툴루즈, 보르도, 마르세유, 리옹 등 대도시의 대중교통이 운행에 차질을 빚었다. 또 항공관제사의 파업으로 이날 운항이 예정됐던 4300편 가운데 90%에 육박하는 3800편이 취소됐다. 프랑스 언론들은 “평소 분주한 프랑스의 하늘이 텅 비었다”고 전했다.
프랑스 공공노조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장 피에르 라파랭 내각이 추진하는 공기업 민영화와 공공부문 인력감축, 연금제 개혁 및 공공서비스 자유화 등이 공공부문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악화시키는 동시에 공공서비스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영국〓5만여명의 소방관이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 5일째로 접어든 이날 교사 6만여명이 가세해 70년대 말 이후 최대 규모의 파업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런던과 근교 중고등 학교가 휴업사태를 빚었으며 런던 시내 32개구 구청직원 수천명도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파업했다.
블레어 총리는 소방관들이 요구하는 임금 16% 인상안을 거부하며 “소방관노조(FBU)는 결코 이길 수 없다”고 경고했다. 블레어 내각의 각료들은 “정부가 제시하는 4% 인상안 이상을 받고 싶으면 낙후된 서비스부터 현대화하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런던 시내 구청직원 26만명 중 15만명을 조합원으로 두고 있는 유니슨노조 지도자들은 “세비를 40%나 올리고 런던지역 거주수당으로 거의 2만파운드(약 4000만원)를 받는 각료와 의원들의 말에 진저리가 난다”고 반박했다.
▽이탈리아〓로마에서는 2만여명이 피아트자동차의 대규모 구조조정에 반대하는 피아트노조를 지지하는 행진을 벌였다. 피아트노조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정부 주도하에 8100명의 정리해고를 추진하는 사측에 반발해 정리해고 철회 등을 주장하고 있다. 피아트사는 자사 자동차에 대한 수요 급락으로 10여년간 재정난을 겪어 왔으며 시칠리아 공장의 생산을 최소 1년간 중단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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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