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길 박상규 의원은 한나라당 입당식에서 활짝 웃었다. 자신들은 즐거울지 모르지만 국민은 유권자를 능멸하는 비웃음을 보는 것 같아 모골이 송연해진다. 그들이 유권자를 우습게 알지 않는다면, 또한 자신들의 거짓말과 변절에 일말의 가책이라도 느꼈다면 감히 그런 표정을 짓지는 못했을 것이다.
얼마 전까지 민주당에 몸담고 한나라당과 이회창 대통령후보에게 온갖 험담을 하던 그들의 변절은 단순히 정치권만 오염시키는 게 아니다. 정치신조를 손바닥 뒤집듯 바꾸는 사람들이라면 국정마저 사리(私利)를 위해 멋대로 농단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게 더 걱정이다.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결국 한나라당으로 당적을 바꾼 강성구 의원도 이들과 같은 부류다.
‘노무현 불가론’을 외치면서 민주당을 탈당한 지 얼마 됐다고 슬그머니 복당하는 후단협 소속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후보단일화로 당의 형편이 좀 펴질 듯하니까 억지 명분을 내세우고 낯빛을 고친 김영배 김명섭 유용태 최선영 이윤수 송석찬 유재규 송영진 김덕배 설송웅 박종우 장성원 의원 역시 유권자를 모독하고 정치를 더럽힌 사람들로 기록될 것이다.
특히 민주당 경선관리위원장이었으면서도 경선을 사기극으로 몰아붙였다가 다시 그 경선에서 뽑힌 후보에게 머리를 조아리게 된 김영배 의원은 정말 우리 속을 거북하게 한다. 전국구의원직을 유지한 채 탈당할 수 있도록 제명을 요구했던 최명헌 장태완 박상희 의원이 제명요구를 철회하고 당에 잔류키로 한 것도 한국적 후진정치의 한 단면을 드러내는 슬픈 소극이다.
또 있다. 국민통합21에 합류하기 위해 민주당을 탈당하면서 감히 ‘새로운 큰일을 위해 몸을 던지는 심청의 심정’이라고 밝힌 김민석 전 의원의 기회주의적 처신은 386세대마저도 고개를 돌리게 만들었다. 이제 무너진 정치 도의를 세우는 길은 유권자의 준엄한 심판뿐이다. 2004년 총선 때까지 1년5개월만이라도 이들 변절 의원의 이름을 잊지 말고 꼭 가슴에 담아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