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강의 협곡을 따라 쾌속정을 타는 것보다 멋진 일이 또 있을까. 역사와 전설로 가득한 이 매력적인 라인강변의 성들, 싱그럽게 넝쿨져 있는 강변의 포도밭, 험준한 절벽으로 둘러싸인 오래된 교회의 첨탑들.
스위스 알프스의 빙하에서 시작해 네덜란드 북해까지 825마일(1,327Km)에 이르는 라인강은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로를 자랑하며 시대를 굽이쳐 흐르고 있다.
특히 Bigen에서 Koblenz까지 뻗어있는 매혹적인 35마일(56Km)은 와인과 바그너풍 오페라의 향이 넘친다. 이 곳은 일찍이 유네스코가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 독일 Bacharach지역
고성과 산봉우리를 휘감아 흐르는 라인강
역사적으로 살펴볼 때 줄리어스 시이저와 그의 군대도 이 라인강의 통나무 다리를 건넜다. 당시 Colonge, Bonne, Nierstein과 koblenz는 로마군들의 캠프였는데 훈족 우두머리 Attila가 "하나님의 천벌"이라고 이름지었을 만큼 이 운하를 따라 펼쳐진 마을들은 끔찍한 질병과 지루한 30여년간의 전쟁을 지켜봐야만 했다.
나폴레옹은 그의 제국 동쪽 경계를 베를린과 모스크바를 향해 넓히려는 계획에 착수하면서 작은 보트로 이 강을 노저어 지나갔다고 한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라인강 주변지역은 피로 물든 전쟁터였으며, 2차 세계대전 때에는 미국과 영국의 공격에 의해 초토화 되다시피 했었다.
Grim형제는 라인강 중류 Bingen에서 쥐들에 의해 잡아 먹히는 탐욕스런 추기경 Hatto에 대한 우화를 썼다. 흉년에 그가 굶주린 가축들을 죽였다는 우화의 배경인 Mouse Tower가 아직도 우뚝 솟아있다.
영국 낭만시인 Robert Southey는 쥐가 추기경을 물었다는 이 우화를 시로 짓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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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생각을 떠올리며 라인강 쾌속정의 갑판에 앉아 있는데 때 마침 우리 곁에 앉아있던 북아일랜드에서 온 여인이 Robert Southey의 바로 그 시를 낭송하기 시작했다. 라인강과 비할 데 없이 향기로운 화이트 와인이 분위기를 돋구었다.
멀리 가지 않아 St. Goar와 Oberwesel 사이의 400피트(120미터) 절벽을 만나게 되는데, 이 때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바람을 따라 메아리쳐 왔다.
'이 희미한 바람의 노래소리가 바로 로렐라이의 노래 전설을 만들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삼단같은 머리를 늘어뜨린 요부가 뱃사공들을 유혹해 배를 침몰하게 했던 거대한 바위를 지나쳤다.
독일시인 Heinrich Heine은 일찌기 로렐라이에 관한 오페라 리골레또를 지은 바 있으나 멘델스존이 결국 이 리골레또를 마무리 짓지 못하는 바람에 로렐라이 오페라는 완성되지 못했다.
그에 비해서 바그너는 좀 더 인내심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바그너는 이 곳을 배경으로 소설 "Ring Cycle"을 지었다. 난쟁이 니벨룽겐들이 강 가장 깊은 곳 어딘가에 보물을 묻었다는 내용의 전설이다. 전설속의 이 보물은 소유한 사람에게 무한한 힘을 준다고 한다.
매년 수천만 관광객들이 지그프리트가 용을 죽였다는 그 바위산에 오른다. 지그프리트는 용을 죽이고 투명인간이 되기 위해 그 죽은 용의 피로 목욕을 했지만 어깨위에 떨어진 나뭇잎때문에 어쩔 수 없는 약점을 가지게 되었다는 내용이다.
독일인들은 독일에서 경관이 가장 뛰어난 Vater Rhine, Fatehr Fhine의 뛰어난 모든 돌산과 골짜기들을 사랑한다.
△ 라인강변 포도원, 깊은 맛의 와인으로 유명하다
삼층 갑판의 쾌속정에는 대부분 해외에서온 관광객들이 타고 있다. 떼를 지어 날아다니는 백조들을 보며 깔깔거리고, 강가의 포도밭에서 딴 포도를 먹으며 즐거워하는 주부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직업이 약사인 한 여성은 "배가 포도의 원산지를 지날 때 와인이 나오도록 주문하는 것이 가장 경치좋은 곳에서 와인을 마시는 좋은 방법"이라고 귀뜸해 주었다.
그녀는 Markobrunn 원산지의 Riesling을 골랐고 웨이터는 바로 그 곳을 지날 때 와인의 코르크 마개를 땄다.
작은 보트를 타고 포도원에 들러 보는 것이 유럽의 최근 관광 경향이다. 옆테이블의 Tubingen에서 온 대학생들은 오랜 토론 끝에 강둑 양조장에서 만든 Mittelheim을 마시지 않고 대신에 더 멀리 있는 산등성이의 유명한 포도원에서 만든 Johannisberg를 마시기로 했다.
선상식사를 원하면 하얀 테이블보가 깔린 테이블에서 점심식사를 할 수 있다. 식당은 커다란 창문이 있어서 멋진 풍경을 빠짐없이 감상하며 식사를 할 수 있다. 지역의 특산요리들, 잊을 수 없는 감자와 버섯스프, 그리고 강렬한 향의 작은 니벨룽 소시지 등 맛있는 메뉴들이 많다. 쾰른의 가볍고 상큼한 맥주 한잔을 함께 하면 금상첨화다.
블랙포레스트 케이크, 애플스트루델과 황제가 심취했었다는 카이저쉬만, 게르만식의 크레이프 등 선택가능한 디저트들이 모두 황홀하리만큼 맛있다.
독일인 관광객들과의 대화는 우리가 John F. Kennedy의 이름을 딴 다리인 Kennedybrucke 아래를 지나면서 잠잠해졌다. 그리고 본에 있는 오페라 하우스와 콘서트 홀, 그리고 베토벤의 고향을 보았다.
△ 라인강을 둘러싼 산허리 곳곳에 고성들이 멋스럽다
라인강변의 성들은 각기 다른 시기에 지어졌다. 언뜻 보기에는 12세기 때와 다를 바 없는 Marksburg; 13세기에 건축된 Stolzenfels와 강 중간의 섬에 드라마틱하게 위치한 14세기에 건축된 Pfalzgrafenstein. 몇 몇은 재건축되었거나 고급 호텔로 바뀌었다.
여기저기 흐릿하게 보이는 마천루가 전설과 역사의 나라 독일이 이미 현대적이고 상업적인, 막강한 경제력을 지닌 유럽의 선진국, 독일로 바뀌었음을 깨닫게 한다. 이젠 네덜란드의 풍차를 기다릴 필요가 없다. 현대적 철제 프로펠러가 라인강변 농장에 전력을 제공하며 마치 거대한 코르크 따개처럼 포도산업을 운영해 가고있다.
강 하류로 들어서면, 화려하지 않은, 조금은 재미없게 생긴 아치형 다리를 여럿 볼 수 있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작은 여객선들은 조그만 마을들 사이를 운항하는데 이 곳 또한 무척 매력적이다. 이 마을들에는 작고 아늑한 호텔들이 있다. 여기에선 정말로 맛있는 가정식 식사와 멋진 강의 풍경을 즐길 수 있다. 괴테와 서머셋 모옴이 찬 Liebfraumilch를 마시며 강의 풍경을 바라보았다는 곳도 바로 이곳이다.
라인강은 환상적인 경치 뿐 아니라 바쁘게 움직이는 운하의 역할도 한다. 대부분의 유럽 운하는 라인강과 연결되어 있다. 날마다 각 나라의 국기를 펄럭이는 화물선들이 오고가는 이 곳은 세계의 가장 큰 내륙 항해시스템 중 하나이다.
갑판위에서는 개, 자동차 그리고 종종은 아이들 옷이 걸려있는 빨랫줄을 볼 수 있다. Victoria의 비밀이 미풍을 타고 전해지기도 한다.
라인강을 따라 반짝이는 하얀 선상 항해를 즐기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다. 하지만 라인강을 즐기기 위한 다른 방법들도 있다.
강변을 따라 뻗어있는 고속도로변의 경관도 멋들어진다. 기차길도 양 쪽 강변을 끼고 돌아, 라인강을 감상하기에 좋은 또하나의 대안이며, 어떤 배들은 갑판위에 차를 주차하고 관망할 수 있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강은 도시 사이 사이를 굽이쳐 흐르기도 하기 때문에 경치가 멋진 공원, 줄지어 늘어선 클럽들, 또는 하이킹과 자전거 타기에 좋은 트랙 등에서도 라인강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광들에게는 강 위를 지나가는 케이블카를 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강 위로 지나가는 여러대의 케이블카는 사진광들에게는 무엇보다도 매력적일 것이다.
하늘에서는 열기구와 헬리콥터가 경쟁하듯이 관광객들에게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렇게 전설속의 니벨룽 종족의 보물과 같은 모험이 베일에 둘러쌓인 환상적인 강가를 따라 펼쳐지고 있다.
기차 : 강변 관광열차 서비스가 거의 매 시간 제공된다.
유레일 패스로 쾰른(Cologne)과 메인쯔(Mainz) 사이를 운행하는 당일 기차 여행이 가능하며 스위스의 Constance와 Schaffhausen호수 사이의 보트 여행은 50% 할인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자전거 : Allgemeiner Deutscher Fahrrad Club과 시간조율을 하면 자전거여행을 할 수 있다.
(49-0421-346-290)
도보 : 영국내, Waymark Holidays가 하이킹 여행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다.(44-01753-516-447 또는 www.waymarkholidays.co.uk/)
[글·사진=AP/ 번역 원지혜 동아닷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