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잡는 아마’ 김봉주씨는 겨울 석달은 골프채를 잡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를 ‘프로 뺨치는 아마’라고 부른다.
베스트 스코어 8언더파(2차례), 이글 50회 이상, 38홀 연속 노보기 플레이…. 이 쯤 되면 프로골퍼라도 부러워할만한 화려한 기록이다.
주말 골퍼 가운데 최고수로 통하는 김봉주씨(42·마인드스윙 대표). 그는 중고교 시절까지만 해도 촉망받는 태권도 선수였다. 그러나 태권도 세계 챔피언의 꿈은 전남체고 3학년때 큰 부상을 당해 대학진학마저 실패하면서 물거품이 되고 만다. 그에게 다시 삶의 기쁨을 안겨준 것이 바로 골프였다.
올해로 구력 13년째인 그는 클럽을 잡고 싱글핸디캡에 들어서기까지 무려 5년이 걸렸다.그런 그가 어떻게 아마최고수의 반열에 오를수 있었을까.
“정식 레슨은 한번도 받지 않았어요. 독학으로 꾸준히 연습했죠.” 그러나 골프가 어디 독학만으로 되는 것이던가.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한 뒤에는 프로들과 연습라운딩을 하면서 한 수 한 수 배운 게 큰 도움이 됐어요.하지만 무작정 남을 따라하기 보다는 자신의 장점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280야드의 장타자인 그는 지난해 2년 연속 국내 프로골프 상금왕에 올랐던 최광수(42·엘로드)와는 막역한 사이. 심심풀이 내기라도 하면 전후반 핸디를 1개씩 받지만 오히려 최광수로부터 “스크래치로 붙어야 한다”고 말을 들을 정도. 최광수는 “김봉주씨는 말이 아마추어지 프로라고 불러도 된다. 프로 전향을 권유해도 아마추어를 고집하고 있다. 늘 열심히 훈련하는 자세는 프로들도 배워야 한다”고 칭찬했다.
지난해 내외경제대회 3연패를 달성한 김씨는 올해에도 3승을 거뒀다. 우승상으로 중형 승용차 2대까지 받은 그는 주니어 골퍼 육성을 위해 승용차를 대한골프협회에 기증할 예정이라고.
쟁쟁한 명성 때문인지 그는 아마추어에게도 출전자격이 주어지는 오픈 프로대회 단골 초청손님. 올 유성오픈에서는 합계 이븐파로 쟁쟁한 프로들을 제치고 전체 31위를 차지했다. 국내외 주요 아마대회 우승을 휩쓸고 있는 그의 소망은 뜻밖에 골프 국가대표. 불혹을 넘긴 나이에 왜 뒤늦게 태극마크를 꿈꿀까.
태권도에서 못 이룬 꿈을 골프로 이루고 싶다는 것이 이유다. 이를 위해 그는 내년에 대학 문을 두드리겠다는 계획이다.
“대학생이 되어야 대회에 많이 출전할 수 있어 그만큼 국가대표 포인트를 따낼 기회가 늘어납니다. 지난해 충남 전국체전 골프에서 은메달을 따내 체육 특기생 자격은 확보해 뒀습니다.”
골프스윙 분석기를 개발하는 중소기업을 경영하고 있는 그는 “체력이 닿는 한 주니어 학생선수들과 겨뤄 꼭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