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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자산운용 외부위탁 늘어

입력 | 2002-11-28 18:04:00


동원증권에서 상품주식(회사가 자기 돈으로 투자한 주식)을 운용하던 이채원 전 주식운용팀장은 10월1일 계열사인 동원투신운용 자문운용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무실은 바뀌었지만 그의 일상은 달라지지 않았다. 실무자 6명도 함께 옮겼고 하는 일도 여전히 동원증권의 돈으로 주식과 채권 등을 사고팔아 수익을 남기는 것이다.

바뀐 것이라면 이전에는 동원증권 직원으로서 회사 돈을 운용했지만 이제는 동원증권이라는 ‘고객’의 돈을 운용하는 것이다.

최근 동원증권처럼 금융회사가 자신의 자산을 직접 운용하기보다 투신사 등 외부기관에 맡겨 운용하는 아웃소싱이 늘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새로운 방법을 통해 무엇을 노리는 것일까.

▽위험은 줄이고 선택은 넓히고〓이 본부장의 업무는 비슷하지만 동원증권은 미래를 위해 큰 변화의 길에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이 회사는 전통적으로 상품주식을 공격적으로 운용해 왔는데 이제는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 운용기관에 역할을 맡겨 효율성을 높이고 리스크를 줄이려는 것.

이강행 부사장은 “운용을 가장 잘하는 사람과 조직에 돈을 맡긴다는 것이 아웃소싱을 택한 장기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아웃소싱을 하면 시장환경에 따라 사람을 바꾸기가 쉬워지고 동원투신보다 더 잘하는 회사가 있으면 발걸음을 옮기기도 수월하다는 설명.

삼성생명은 4월29일 고유자산인 채권 15조원어치와 주식 6000억원어치에 대해 삼성투신운용 등 5개 투신사와 아웃소싱 계약을 했다.

당시 삼성생명은 “자산운용의 전문화와 효율성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회사는 보험업에 전념하고 채권과 주식 운용은 전문가들에게 맡기겠다는 것.

금융감독원 박광철 자산운용감독팀장은 “회사가 전문가를 고용해 자산을 운용하면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를 주어야 하고 인원도 많이 필요하지만 아웃소싱을 하면 성과에 관계없이 일정한 수수료만 줘도 되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일임자문 투자자문 사모펀드〓아웃소싱의 방법으로 동원증권은 주식과 채권 투자일임 방식을, 삼성생명은 채권 투자자문과 주식 투자일임 방식을 택했다.

투자자문은 투자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것이고 투자일임은 조언과 함께 사전 약속에 따라 자금 운용까지 해주는 것.

국민은행은 아예 국민투신운용에 돈을 맡기고 수익증권(펀드)을 설정하는 직접적인 방법을 쓰고 있다.

4000억원 규모의 ‘주은베스트 성장형’은 한국 증시에서 최대 규모의 주식형 펀드다. 채권형인 ‘뉴에이스국공채’ 펀드도 수탁고가 1조원을 넘는 초대형 펀드. 이를 포함한 국민은행 채권형 펀드의 수탁고는 4조5000억원 수준이다.

펀드의 용도도 다양하다. 우선 분산투자의 한 방법이다. 국민은행 증권운용팀은 20조원 정도를 주식과 채권에 투자한다. 4조9000억원대의 펀드 자금은 은행의 판단이 틀렸을 경우에 대비한 분산투자 자금이라고 볼 수 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펀드 운용을 남에게 맡기는 대신 약관에 많은 안전장치를 마련해 리스크를 대폭 줄였다”고 말했다.

펀드자금은 회사의 유동성 공급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단기자금이 필요하면 펀드를 환매해 쓰고 자금이 남으면 다시 넣는 방법이다.

▽건강한 아웃소싱 되려면〓금융기관의 자산운용 아웃소싱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금융감독원도 해당 금융기관과 일반투자자 등 다수 이해관계자들을 고려한 ‘금융기관 고유자산의 외부위탁 관련 제도 개선안’을 확정해 다음달 발표한다.

금감원이 가장 우려하는 문제는 금융회사들의 ‘내 식구에게 몰아주기’. 운용사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따지기보다 자회사나 계열사라는 이유로 돈을 맡기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적절한 규제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동원증권과 동원투신운용, 삼성생명과 삼성투신운용, 국민은행과 국민투신운용은 모두 자회사거나 계열사 관계다.

박 팀장은 “돈을 운용하는 회사들이 ‘큰손’ 고객을 우대하면서 일반 펀드투자자를 홀대할 가능성을 막고 돈을 맡기는 회사들의 재무건전성을 유지하는 것도 큰 과제”라고 말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