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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피플]'광복절 특사' 김상진 감독-박정우 작가 "우린 삼류다"

입력 | 2002-11-28 19:02:00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신라의 달밤'을 거쳐 '광복절 특사'까지 코미디 영화 한 우물만 파온 김상진 감독(왼쪽)과 시나리오 작가 박정우씨. 박영대기자 sannae@donga.com



《“일류는 세상을 지키지만 삼류는 세상을 바꾼다. 우리는 삼류다.”

21일 개봉돼 흥행 1위로 상영중인 영화 ‘광복절 특사’의 감독 김상진(35)과 시나리오 작가 박정우(33)는 함께 코미디 한 우물만 파면서 세상을 바꾸고 있다고 믿는 콤비다.

두 사람은 99년 ‘주유소 습격사건’ (전국 관객 226만 명)으로 장타를 날렸고, 지난해 ‘신라의 달밤’(〃 460만 명)으로

홈런을 쳤다.

감옥으로 되돌아가려는 탈옥수들의 고군분투를 그린 코미디 ‘광복절 특사’도 만만치 않은 기세로 쭉쭉 뻗어가고 있는 중. 지난 주말 이틀동안 서울 관객 14만1531명을 불러모아 올해 최고 흥행작인 ‘가문의 영광’의 개봉 첫 주말 성적(서울 13만2254명)을 앞질렀다.

자칭 ‘얼치기 3류’의 결실이라고 자화자찬하는 이 별난 콤비의 수다 한 판을 들어봤다. 》

김상진 (이하 김)〓 3류는 형식과 겉치레에 얽매이지 않아서 좋아. 감독이니, 작가니 하고 폼잡지 않으니까. 아이디어가 생기면 ‘재미있을 거 같은데? 일단 해보자’ 그런 단순한 생각으로 시작하는 거지.

박정우 (이하 박)〓 처음에는 ‘나도 창작자니까 고급스런 글을 쓰고, 여운도 오래 남는 영화를 하자’는 생각이 있었는데 ‘주유소 습격사건’ 때문에 만났을 때 김감독이 “나는 ‘쌈마이(3류)’이고 내 영화는 재미만 있으면 된다”고 했잖아. 처음에는 기가 막혔지. 그런데도 김감독이 계속 뻔뻔하게 “나는 모르는 이야기는 절대 안한다”고 하니까 어느 때부터인가 나도 감화를 받았는지 어깨에 잔뜩 들어간 힘이 빠지고 수월해졌어.

김〓 나는 예술성이나 ‘작품 세계’ 그런 거는 없는 것 같아. 그 대신 내 능력은 좋은 사람 만나서 능력을 발휘하도록 해주는 거지. 그래야 영화도 잘 나오는 것 같고.

박〓 어지간한 작가는 김감독 못견디잖아. 아주 그냥 쫘악∼ 짜내니까. 인간 탈수기야. 처음엔 마음에 안들었는데 그것도 감독의 능력인 거 같아.

김〓 그래도 한 마디 하면 다 알아듣는 거 보면 너는 천재야. 네가 모차르트면 나는 살리에리같아. 조금씩 더디게 나아지는 것 같으니까. 그나저나 내가 꿈 꾼 거 앞뒤 상황을 만들어주느라 고생했다.

박〓 어휴∼. 김감독이 꿈 꿨다는 말만 들으면 눈앞이 캄캄해. 영화의 결정적인 장면을 꿈에서 본대나 어쨌대나. 그런데 문제는 딱 한 장면만 꿔요. ‘광복절 특사’에서 물대포 쏘는 장면 같은 거. 그 앞과 뒤를 말이 되게 만들어야 하는 건 내 일이잖아.

김〓 그래도 그게 통한다니까. ‘주유소 습격사건’때도 주유소에서 철가방과 건달들이 대치하는 장면을 꿈에서 봤는데 관객들이 그 장면 좋아했잖아. 야, 자면서도 일하는 감독이 어디 흔한 줄 아냐.

박〓 어? 기자가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고 물어보네. ‘광복절 특사’에서 정치인들이 살아보겠다고 서로 ‘나도 전과자’라고 우기는 장면이 그렇게 보인다고? 음… 사실 그런 게 있지,뭐. 대부분 젊은 혈기로 뛰다가 정치판에 나가면 다 똑같잖아. 말로는 민중을 외치지만 사실 ‘부르조아’들 아닌가? 그런 사람들 싫더라구.

김〓 ‘광복절 특사’에서 보안과장이 그러잖아. 줄줄이 딸린 자식과 부모 때문에 난 죽으면 안 된다고. 그런 소시민들이 가장 중요한 사람들 아냐? 난 그런 사람들 웃겨주는 영화 계속 만들어서, 코미디로 칸 영화제에 갈거야.

박〓 어디 한 번 두고 보자고.

김희경기자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