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특별조사단은 28일 ‘허원근(許元根) 일병 사망사건’에 대한 최종 조사결과 발표를 통해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문사위)의 타살 결론과 달리 허 일병은 자살한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이는 의문사위가 9월 “허 일병은 84년 4월 2일 오전 2∼4시 술에 취한 노모 중사가 오발한 총에 맞아 숨졌고 대대장이 자살로 보고해 은폐했다”고 발표한 내용을 완전히 뒤집는 것이다. 특히 국방부 특조단은 의문사위가 강압 조사와 유도 심문으로 자살을 ‘타살’로 날조 조작했다고 주장해 의문사위가 강력 반발하는 등 파문이 일고 있다.
정수성(鄭壽星·육군중장) 특조단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노 중사는 18년 전 내무반에서 허 일병을 쏘지 않았고 제3자에 의한 타살도 없었다”면서 “허 일병은 중대장 전령 임무에 대한 중압감과 폭행과 가혹행위를 일삼는 중대장의 만행을 고발하기 위해 자신의 M16 소총으로 3발을 쏘아 자살했다”고 밝혔다.
국방부 특조단은 사고 당일 오전 9시반까지 중대본부 요원들의 일과는 정상적이었고 중대원들의 진술 기록을 정밀 분석한 결과 오전 10∼11시 사이에 3발의 총성이 들린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정 단장은 이어 “평소 내성적인 성격인 허 일병은 사고 며칠 전 동료 부대원에게 자살 의사를 표명했다”면서 “당시 한 소대장의 일기에도 허 일병이 중대장의 만행을 고발하기 위해 자살을 선택했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내용이 들어 있다”고 말했다.
정 단장은 특히 “의문사위가 9월 초 총을 쐈다는 노 중사와 이를 목격했다는 전모 상병도 없이 조사관들만으로 현장검증을 실시했을 뿐 아니라 참고인들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강압 조사와 진술조서 날조로 허위진술을 받아내는 등 중대한 과오를 범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의문사위 김준곤(金焌坤) 상임위원은 “신뢰할 수 없는 당시 군 수사를 특조단이 그대로 인정해 조사를 진행했다”면서 “특조단이 무리한 방법을 동원, 관련자들의 진술을 번복하게 한 의심이 든다”고 반박했다.
윤상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