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문제로 고민하는 생물들의 상담편지와 생물학계의 권위있는 카운슬러 타티아나 박사의 응답으로 구성된 ‘재치 만점’의 ‘생물판 킨제이 보고서’.
‘성(性)’이란 인간뿐만 아니라 암컷의 문전박대에 지친 해초파리나 무관심에 상처입은 공작새,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은 송장벌레에 이르기까지 모두에게 중요하다. 동물들의 짝짓기를 통해 생물의 ‘유혹의 기술’과 ‘종의 번식’에 대해 진화생물학적으로 설명했다.
스스로 잡아먹히기를 원하는 붉은등거미의 갈망은 너무도 간절해서, 심지어 이를 두고 심하게 싸움을 벌이기도 한다. 살아남을 때보다 먹히는 편이 더 많은 자손을 남기기 때문. 거미는 수컷의 입 주위에 있는 부속지를 암컷의 하복부에 있는 두 개의 구멍에 삽입하는 방식으로 관계하므로 수컷의 하복부를 암컷이 먹더라도 관계는 지속될 수 있다. 즉 암컷이 수컷을 먹을 때, 시간상으로 더 오래 관계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고독에 몸부림치는 거미’는 왜 먹히지 못했을까. 타티아나 박사는 그의 과제가 ‘스스로 얼마나 맛있게 보이도록 하느냐’라고 설명한다. 암컷의 여덟개의 작은 눈동자에 배고픔이 비칠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 원제는 ‘Dr. Tatiana’s Sex Advice To All Creation’.조이영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