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장관 자문기구인 제15기 양곡유통위원회가 내년 추곡수매가를 2% 내리거나 3% 올리는 두 가지 대(對)정부 건의안을 내놨다. 양곡유통위가 이처럼 상반된 두 가지 안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정부가 어느 것을 고를지 주목되고 있다.
▽올리거나 아니면 내리거나〓양곡유통위(위원장 성진근·成瑨根 충북대 교수)는 지난달 30일 제8차 전체회의를 갖고 2003년산 추곡수매가를 올해보다 2% 내리는 안을 1안으로, 3% 올리는 안을 제2안으로 하는 복수안을 정부에 내기로 합의했다.
올해 수매가 6만440원(벼 40㎏ 1등급 기준)에서 2% 인하된 수매가는 5만9230원이며 수매량은 532만6000섬이다. 또 3% 인상된 수매가는 6만2250원이며 수매량은 504만3000섬이다.
양곡유통위는 또 2% 인하안을 정부가 채택할 경우 쌀 농가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보고 내년 논농업직불제 예산을 현재 책정된 4100억원보다 800억원 이상 늘리도록 정부에 건의했다. 또 양곡유통위를 ‘양곡정책심의위원회’(가칭)로 바꿔 양곡정책 전반에 걸쳐 지속적으로 심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위원회와 정부 책임 미루기〓양곡유통위의 ‘양자택일식 건의안’은 당초 소비자단체의 추곡수매가 5% 인하 요구와 농민단체의 12% 인상 요구 사이에서 단일 절충안을 찾지 못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또 지난해 양곡유통위가 내부 진통을 거쳐 정부에 4∼5% 인하를 건의했으나 정작 정부는 국회에 동결안을 제출한 데 대한 ‘배신감’도 결정 과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일부 위원들은 “정부가 인하 분위기를 조성해 위원회에 책임을 전가하고 동결로 생색을 냈다”며 위원직을 사퇴하기도 했다.
양곡유통위가 인하안만 내주길 은근히 바랐던 정부로서는 난감한 표정이다. 농림부 당국자는 “2004년 재협상이 시작되는 세계무역기구(WTO) 쌀협상 등을 고려할 때 수매가를 올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12월중 제출할 정부의 추곡수매가 동의안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동결 또는 소폭 인하 쪽으로 무게가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19일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어 국회 동의안 제출은 12월 말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추곡수매가 인상률과 수매랑연도인상률(%)수매량(만섬)1999년5.06082000년5.56292001년4.05752002년0.05482003년1안-2.05332안3.0504
천광암기자 iam@donga.com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