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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로켓발사 성공 주역, 항공우주연구원 조광래 박사

입력 | 2002-12-01 18:35:00

개발한 액체로켓 모형을 설명하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조광래 박사.


“성공적인 발사였습니다. 그러나 이제 시작에 불과합니다. 이번에 쏜 액체로켓은 무게 6t짜리 소형이지만, 2005년 최초로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게 될 액체로켓(KSLV-Ⅰ)은 무게 130t의 진짜 우주발사체입니다.”

액체로켓(KSR-Ⅲ) 발사 성공의 주역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우주발사체연구부장 조광래 박사(43). 그는 28일 동료들과 발사시험을 한 서해안의 한 섬에서 조촐한 성공 축하 소주 파티를 하자마자 쉴 틈도 없이 3년 뒤에 있을 한국판 ‘스푸트니크1호’ 발사 준비 작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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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SR-III 발사 시뮬레이션  조립에서 발사까지


조 박사는 대덕연구단지에 항공우주연구원이 세워진 이래 15년 동안 로켓 개발에만 몰두해온 전자공학자이다. 93년과 98년에 발사한 고체과학로켓 KSR-Ⅰ, KSR-Ⅱ도 그와 동료들의 작품이다.

조 박사는 28일 로켓이 서해상의 목표지점에 정확히 떨어졌다는 레이더 관측 보고를 받을 때까지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발사시험은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27일에는 폭풍 때문에 발사가 연기됐고, 28일에는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는데 로켓 낙하지역에 외국상선이 들어와 비상이 걸렸습니다. 로켓에 주입하는 액체산소는 섭씨 영하 183도여서 상온에서 30분 이상 놔둘 수가 없습니다. 다행히 상선이 20분 만에 빠져나가 발사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쏜 로켓의 엔진은 현대모비스가 제작했고, 점화장치는 한화, 유도제어용 관성항법장치는 대우종합기계, 통신장비는 단암전자통신이 만든 ‘토종 로켓’이다. 하지만 이들 부품을 설계 조립하고 시험 발사하는 일은 조 박사가 이끄는 대덕 연구단지 내 항공우주연구원 124명의 기술진이 담당했다.

조 박사가 지난 2년 동안 40여개나 액체엔진을 만들어 50여 차례 지상연소시험을 하면서 가장 풀기 어려웠던 난제는 엔진의 불안정한 연소였다. 게다가 국내 누구도 액체 엔진을 만든 경험이 없었다.

“액체엔진은 균일하게 연소가 되지 않으면 진동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폭발해 버립니다. 실제로 올해 초 지상시험 때 이런 문제가 나타나 시험장의 문짝이 날아갈 만큼 큰 폭발 사고가 나기도 했습니다. 그때가 가장 어려운 고비였습니다.”

조 박사팀이 3년 뒤에 쏠 우주발사체(KSLV-Ⅰ)는 직경 3m, 길이 32m, 무게는 130여t짜리 2단 액체로켓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쏜 액체로켓은 부품을 모두 국내에서 제작했지만, 이보다 20배나 무거운 KSLV-Ⅰ의 제작은 국내 기술과 부품만으로는 어렵다.

조 박사는 “현재 러시아에 실무진이 파견돼 터보펌프가 들어간 액체엔진 기술을 도입하는 협상이 진행 중이고 프랑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올해 안에 기술협력을 위한 협정을 두 나라 중 한 곳과 체결하면 우주발사체 개발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신동호 동아사이언스기자

dong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