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전체가 지는 해에 여과된 빛에 술에 취한 듯한 색채를 띠고 있다. 신랑을 따라온 손님들과 기럭 아비는 해가 저물기 전에 집으로 돌아간 터라 마당에 남아 있는 사람은 부르지 않은 손님들뿐이었다. 빨래와 청소를 하다 말고 집을 빠져나온 평상복 차림의 여자들도, 신랑 신부 사이에서 태어날 아이가 사내아일지 여자아일지 내기를 하고 있는 허연 수염 할배들도, 먹다 만 채로 바짝 마른 한과에 꼬여든 파리들도, 꽃봉오리가 벌어지기 시작한 민들레의 꿀을 빠는 배추흰나비도 오라 한 손님은 아니었다. 3월의 끝 바람이 벚꽃잎을 한 잎 두 잎 떨어뜨리고, 언제 끝날지 모를 두런거림 속에서 말을 한 잎 두 잎 거두어 침묵이 깃들게 하고, 사람들에게 봄날의 해가 저물어가고 있음을 일깨운다.
신랑이 마당으로 내려와 “여러분, 오늘 제 혼례에 찾아주셔서 정말로 고마웠습니다. 안 춥습니까. 따스운 것 많이들 드십시오”라고 인사를 하자, 어떤 자는 수다를 떨고 있는 여자의 얼굴에서 시선을 돌려 “아이구, 어디 좋은 색시감 없누”라고 말하고, 어떤 자는 입안 가득 우물거리던 곶감을 꿀꺽 삼키고 그저 고개만 끄덕이고, 또 어쩐 자는 대추씨를 뱉어내고는 “떡두꺼비 같은 아들 쑥쑥 낳거라”하면서 돗자리에서 엉덩이를 들었다.
인혜가 신방의 굴뚝 가까이에 앉아 있는데, 우철이 들어왔다.
“괜찮나?” 우철은 술기운에 부드러워진 눈길로 아내의 얼굴을 보았다.
“괜찮습니다.” 인혜의 목소리는 폭넓은 강을 흐르는 물처럼 억양이 없었다.
“피곤하나?”
“…예, 조금.”
헛기침 소리가 나면서 방문이 열리고, 방문주와 전골과 전을 올린 주안상을 든 인영이 들어왔다. 인혜는 말없이 술병을 기울이고, 우철은 술잔에 손을 받쳤다.
인영이 곁눈으로 우철을 보면서 인혜에게 말했다.
“조금 있으면 신방 엿보기가 시작될 거니까, 괜한 말 하지 말아라. 알겠제? 준호하고 유원이도 있으니까, 제부가 옷을 벗겨주거들랑 둘이 같이 이부자리에 눕는 거다.”
인영은 그렇게 말하고 신방에서 나갔다.
“…언제 말했드나?”
“암 말 안했습니다. 알고 있었어예.”
글·유미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