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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와 약사부부의 초보 육아일기] ② 황달

입력 | 2002-12-01 18:35:00


“엄마, 저 아기는 장님인가봐요.”

병원 신생아 면회실에서 황달 치료 때문에 테이프로 눈을 가린 승민이를 보고 옆에 있던 꼬마가 한 말이다. 피식 웃으면서도 가슴이 아팠다.

승민이는 생후 3일째 ‘생리적 황달’이 나타나 하루종일 벌거숭이가 된 채 광선치료를 받았다. 치료 6일 만에 황달수치가 많이 떨어져 퇴원할 수 있었다.

그런데 퇴원하고 3일쯤 지났을까? 승민이의 얼굴에 노란 기운이 퍼지더니 눈동자까지 노랗게 변하고 일주일 뒤에는 몸 전체로 퍼져 손가락, 발가락까지 노랗게 물들었다.

처음엔 원래 있던 황달기가 좀 천천히 빠지나보다 생각했지만 상태가 이 정도가 되다 보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동네 병원에서 승민이의 황달수치를 재어보니 당장 입원치료를 해야 할 정도였다.

맙소사! 어떻게 된 것이지? 분명히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좋아져서 퇴원을 했는데…. 혹시 승민이의 간에 다른 이상이? 심하면 황달로 인해 뇌에 이상이 생길 수도 있다는데….

이런 저런 걱정에 노심초사하고 있는데 담당 의사는 “드문 경우지만 모유 때문에 황달이 올 수 있다”며 “모유를 일시 중단해 보라”고 권했다. 그 날부터 유축기로 짜서 먹이던 모유를 끊고 분유를 먹였다. 사흘 뒤 승민이의 발가락부터 노란물이 빠지기 시작했고 이후엔 모유를 먹여도 황달이 심해지지 않았다.

황달로 한 달 내내 귤처럼 노랗기만 했던 승민이, 그래서인지 지금의 복숭아 같은 뽀얀 살결이 얼마나 예뻐 보이는지 모른다.

신생아에게 나타나는 황달은 크게 생리적 황달과 모유 황달 두 가지가 있다. 생리적 황달은 신생아의 50%에서 나타나며 5∼7일 정도 지나면 저절로 없어진다. 모유황달은 모유를 먹는 신생아의 1%에서 생기며 비교적 오랫동안 지속된다. 그러나 별다른 치료를 안 해도 한 달 정도 지나면 역시 저절로 사라진다. 간에 문제가 있어 나타나는 황달은 매우 드물지만 이 경우는 치료를 받아야 한다.

승민이는 생리적 황달이 있은 뒤 모유 황달이 나타난 경우로 결국 시간이 지나면 회복될 수 있는 것을 그렇게 야단법석을 떨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진한기자·의사 liked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