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에게 가장 훌륭한 약은 병을 한번에 낫게 하는 약이지만 투자자에게 가장 훌륭한 약은 환자가 계속 사 먹어야 하는 약이다.”
미국 최고의 펀드매니저로 평가받는 피터 린치의 말이다. 그는 물건을 비싼 값에 파는 기업보다 가격이 싸더라도 그 물건을 끊임없이 팔 수 있는 기업을 좋아했다. 실적이 안정적이어서 장기투자하는 데 부담이 없다는 것.
세계적인 가치투자자 워런 버핏이 코카콜라 주식을 영구 보유하겠다고 선언한 것도 이런 맥락. 사람들은 콜라를 한 번 마시는 데 만족하지 않고 평생 사 마시기 때문이다.
린치와 버핏의 주장을 한국 기업에 적용하면 어떤 기업을 투자유망 기업으로 꼽을 수 있을까.
▽중독성이 장점, 담배인삼공사〓대세 상승기였던 올해 2월 담배인삼공사 주가는 오히려 최악의 순간을 맞았다. 연초부터 금연 열풍이 확산되면서 주가는 1만5000원대까지 폭락했다.
그러나 최근 담배인삼공사 주가는 단단한 상승세다. 실적이 최악일 것이라는 투자자의 우려와 달리 고가 제품의 선전으로 이익이 꾸준히 커지는 추세. 금연 열풍으로 인한 매출 감소도 생각만큼 크지 않았다.
매일 똑같은 상품을 끊임없이 소비자에게 팔아대는 담배라는 중독 상품의 위력이 ‘금연 열풍’이라는 장애물을 넘어선 것.
▽이어지는 후속 매출, 신도리코〓신도리코 매출이 꾸준한 이유는 품질 좋은 복사기 때문만은 아니다. 복사기를 파는 것은 냉장고 같은 가전제품을 파는 것과 의미가 완전히 다르다.
복사기를 한 대 사면 각종 주변기기도 사야 하고 종이나 토너도 계속 사야 한다. 워낙 정교한 기계여서 잔고장에 대한 수리 비용도 만만찮게 든다.
실제 신도리코의 전체 매출에서 복사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25%. 소모품 매출 판매 비중이 18%를 넘는다. 복사기 한 대 팔면 그 복사기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후속 매출이 끊임없이 만들어지는 구조를 갖춘 셈이다.
▽자꾸 망가지는 상품, 비비안〓비비안의 주력 상품은 매출의 26%를 차지하는 스타킹. 비비안 스타킹의 ‘강점’은 제품이 잘 망가진다는 데 있다. 스타킹은 올 하나만 나가도 다시 쓸 수 없는 제품. 여성 소비자들이 끊임없이 스타킹을 사 신어야 하는 탓에 가격은 싸지만 절대 만만히 볼 수 없는 게 스타킹 매출이다. 비비안은 스타킹 매출 호조로 전체 매출이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었다.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