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주씨
“편의시설 부족보다는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고 이해하지 못하는 현실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이 ‘제4회 장애인 인권상’ 수상자로 선정한 박지주(朴志珠·숭실대 4년)씨는 자신이 다니는 학교가 장애인의 교육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다며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 당찬 여대생이다.
박씨는 중학교 2학년 때 척수염을 심하게 앓아 수술을 받은 뒤 지체 1급 장애인이 됐다. 그는 학원을 다니며 컴퓨터 정보처리기사 1급 자격증을 땄지만 초등학교밖에 나오지 못해 직장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검정고시를 준비한 것은 24세 때. 독학으로 중고교 과정을 마치고 대학수학능력시험에 도전해 숭실대 사회사업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진학의 꿈은 이뤘지만 학교생활은 여전히 힘들었다.
박씨는 같은 처지의 장애 학생들과 함께 전국청년학생연합을 만들어 서울 시내 6개 학교를 돌면서 장애인 편의시설 실태를 조사해 개선을 촉구했다.
박씨는 자신이 다니는 숭실대가 편의시설 개선에 귀를 기울이지 않자 2001년 3월 휴학계를 내고 학교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법원은 ‘학교측이 박씨에게 250만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지만 박씨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항소심을 제기한 상태다.
박씨는 “내년 대학을 졸업하면 취직할 생각이지만 그것이 어려우면 전공을 살려 장애인 인권운동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박씨와 함께 장애인 인권상을 받는 양재근(梁在根·50)씨는 한국농아인협회 제주도협회 사무국장. 청각 장애 2급인 그는 99년 여성 농아인 2명이 헌혈을 거부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대한적십자사에 강하게 항의해 규정을 바꾸도록 하는 데 기여했다.
양씨는 97년 수화통역센터를 처음으로 만들어 전국으로 확산시켰으며 농아인이 필요로 하는 정보를 문자와 영상으로 제공하는 ‘자막정보은행’을 만들기도 했다.
이들에 대한 시상식은 ‘세계 장애인의 날’인 3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3빌딩 코스모스홀에서 열린다.
송상근기자 songm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