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를 더 많이 팔기 위한 증권업계와 은행권의 ‘자산 획득 전쟁’이 치열하다. 특히 1999년부터 싸움에 뛰어든 은행권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전체 판매잔고(펀드 가입 후 특정 시점에 남아있는 돈) 가운데 증권사 판매잔고 비중은 점점 줄고 있는데 비해 은행 판매잔고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올 1월말 10조원이던 은행권 판매잔고는 현재 22조원까지 늘어났다.
은행권 펀드 판매잔고 부문에서 1위인 국민은행은 “2005년까지 증권사 가운데 판매잔고가 가장 많은 삼성증권을 따라 잡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11월말 현재 국민은행의 판매잔고는 9조7018억원. 삼성증권은 23조7513억원이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국민은행이 시작했거나 계획하고 있는 전략은 고객 및 판매방식의 다양화와 펀드 및 운용사의 다양화로 크게 나뉜다.
우선 누구에게 어떻게 팔 것인가. 조안석 제휴영업팀장은 “지점망을 통한 소매영업 중심에서 탈피해 내년부터 본점이 나서서 일반 회사와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법인영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개미’ 자금뿐 아니라 ‘기관’ 자금도 모으겠다는 것이다.
개인투자자에게 인기가 높은 적립형 펀드도 내년부터 팔기 시작하고 콜센터의 텔레마케팅과 관계마케팅(RM) 등 첨단 판매기법도 사용할 방침이다.
기존의 지점 판매사원에게는 ‘펀드솔루션’이라는 고객 투자성향 분석 프로그램을 이미 지급했고 내년부터는 판매량에 따라 성과급도 주기로 했다.
더 중요한 것은 무엇을 팔 것인가다. 여느 판매사처럼 국민은행도 ‘내 식구 키워주기’라는 좋지 않은 관행에서 자유롭지 않다. 계열사인 국민투신(옛 주은투신)과 계열사 관계였던 랜드마크투신(옛 국은투신)펀드를 주로 팔고 있기 때문.
조 팀장은 “앞으로는 ‘관계’보다 ‘실적’을 중요시하고, 좋은 펀드라면 운용사를 가리지 않고 팔기로 했다”고 공언했다.
국민은행이 던진 출사표는 펀드 판매시장의 주도권이 증권업계에서 은행권으로 넘어갈 것인지와 밀접하게 관련된 문제다.
물론 승부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고객. 은행권과 증권업계 가운데 어느 편이 고객의 이익에 더 부합하느냐가 승부를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