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요삼
‘무관의 한국 프로복싱을 우리가 살린다.’
‘링의 신세대’ 최요삼(28)과 ‘짱구’ 장정구씨(40)가 뭉쳤다. WBC 라이트플라이급 챔피언 타이틀을 탈환해 꺼져 가는 한국 프로복싱의 불씨를 되살리기 위해서다.
두 사람 모두 WBC 라이트플라이급 챔피언 출신. 장씨는 83년부터 88년까지 15차 방어에 성공했던 신화적인 존재. WBC는 2000년 그를 ‘20세기를 빛낸 복서’로 선정했다. 최요삼은 99년 태국의 사만 소루자투롱을 판정으로 누르고 챔피언이 된 뒤 올 7월 멕시코의 호르헤 아르세에게 6회 TKO패할 때까지 3차례 방어에 성공했다.
최요삼은 4차 방어에 실패한 뒤 은퇴했다가 최근 링 복귀를 선언했다. 그리고 장씨가 그의 코치로 나섰다.
'이렇게 하는거야.' 재기전에 나선 최요삼 선수 (왼쪽)에게 전 세계 챔피언 장정구씨가 직접 자세지도를 하고 있다. 원대연기자
장씨가 코치를 맡은 것은 이번이 처음. 그동안 그는 고집스럽게 코치 제의를 거절해왔다. 그러다가 ‘노 챔피언 국가’로 전락한 한국 복싱의 재기를 위해 실전 경험을 전수해 달라는 주변의 간곡한 요청에 따라 이번에 최요삼의 코치를 맡게 된 것.
“제 성격이 워낙 급해 선수들이 따라오지 못하면 참지 못하는 데다 복싱을 너무 오래 한 탓인지 링을 떠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한국 복싱이 더 침체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마음을 바꿨습니다.”
최요삼은 14일 여수에서 필리핀 라이트플라이급 1위 유엔 곤살레스와 전초전을 벌인다. 이 경기에서 이기면 최요삼은 WBC 1위에 오르게 되며 내년 3월경 타이틀전을 벌일 예정이다.
최근 ‘용프로덕션’ 대표로 취임한 장씨는 최요삼의 훈련과 일정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 매일 체육관을 찾아 최요삼과 이용훈 트레이너의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때로는 팔을 걷어붙인 채 직접 지도에 나서기도 한다. 최요삼은 “내가 처음 복싱을 시작했을 때의 우상이 바로 장정구 코치”라며 “반드시 챔피언벨트를 따내 그의 지도에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원홍기자 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