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LG텔레콤이 휴대전화를 이용해 상대방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는 ‘친구 찾기’ 서비스를 선보이자 LG텔레콤에는 때아닌 ‘아줌마’들의 문의전화가 쇄도했다. “전화로 남편의 위치를 알고 싶은데 알려달라”는 전화가 대부분이었다.
실제 김미숙씨(여·가명·서울 서초구 잠원동)는 휴대전화로 술 때문에 종종 귀가가 늦은 남편을 감시하고 있다. 김씨는 얼마 전 남편이 잠자고 있는 사이 자신의 휴대전화 ‘친구 찾기’ 코너에 남편 휴대전화 번호를 등록시켰다. 이어 남편 휴대전화에 전화를 걸자 남편 전화기에는 위치정보 허용 요청 메시지가 떴고 김씨는 재빠르게 ‘예(yes)’라는 버튼을 눌렀다.
한번 승인이 나면 이후엔 별도의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휴대전화가 이처럼 갈수록 똑똑해지면서 업무 효율성이 높아지는 긍정적인 측면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사생활 정보가 노출되는 등 기술 진보에 따른 부작용 또한 커지고 있다.
▽‘나는 네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국내 이동통신 3사는 모두 위치정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동통신사가 기지국 신호 등을 이용해 휴대전화 위치를 알아낸 다음 이를 원하는 사람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전원을 꺼놓지 않는 한 휴대전화의 위치는 24시간 이동통신사업자에게 노출된다.
SK텔레콤의 ‘친구 찾기’ 서비스는 가입자 수가 160만명, KTF의 위치 찾기 서비스인 ‘수호천사’ 가입자도 45만명에 이른다. LG텔레콤은 일반 가입자가 47만2000여명.
이 서비스는 ‘위치 찾기’ 대상인 당사자가 동의한 사람에게만 제공된다. 그러나 당사자도 모르게 ‘동의’가 이뤄질 수 있는 가능성도 있으므로 ‘사생활 침해’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이 때문에 미국에서는 위치정보가 신용 및 진료정보 못지않게 중요한 사생활 정보로 분류된다. 이 분야를 공부했던 이병대 변호사는 “미국은 이미 지난해에 ‘위치정보 보호법’을 제정했고 유럽연합(EU)도 현재 관련 법규를 마련 중”이라며 “한국은 위치정보에 관한 한 아직은 ‘진공상태’”라고 밝혔다.
▽잘만 이용하면 돈이 된다〓택배회사인 CJ GLS는 배송요원 2000여명에게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자사 물류시스템에 연결할 수 있는 칩을 내장한 휴대전화를 지급했다. 그 결과 고객요구에 빠르게 대응하고 배달시간도 줄여 생산성이 크게 증가했다는 것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보안업체인 에스원은 LG텔레콤과 제휴하고 최첨단 ‘모바일 경호원’을 선보일 계획이다. 고객이 휴대전화의 긴급버튼을 누르면 에스원 종합지령실로 연결돼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경호차량이 출동하는 방법이다.
이처럼 ‘위치정보〓돈’이라는 등식이 성립하면서 정보통신부는 2005년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하는 서비스 시장이 전 세계적으로 2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휴대전화가 무서워 & 휴대전화가 재미있어’〓요즘 치마를 입고 다니는 많은 젊은 여성들이 “전철이나 에스컬레이터에서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사람을 보면 신경이 쓰인다”고 말한다. 이는 카메라를 내장한 휴대전화를 가지고 전화 버튼을 누르는 척하면서 상대방의 은밀한(?) 부분을 촬영할 수 있기 때문.
업계에서는 국내에서 카메라 내장형 휴대전화가 올해 150만대, 내년에는 400만대 가까이 팔릴 것으로 전망한다.
전문가들은 카메라 휴대전화는 플래시가 터지지 않기 때문에 통상 어두운 곳에서 촬영하는 ‘몰래카메라’로는 적절치 않다고 말한다. 그래도 당사자로서는 언제든지 낯선 사람으로부터 자신도 모르게 찍힐 수 있다는 가능성이 꺼림칙하다.
그러나 카메라 휴대전화도 잘만 이용하면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경험할 수 있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카메라 휴대전화가 보급되면서 쇼핑할 때 화상으로 다른 사람의 의견을 구하거나 아이 또는 가족들의 얼굴 사진을 휴대전화 배경화면으로 활용하는 등 새로운 문화가 출현하고 있다. 결국 모든 신기술이 그렇듯이 카메라 휴대전화 또한 이를 이용하는 사람에 따라 독이 될 수도 약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전세계 카메라 휴대전화 판매현황 및 전망 (단위:백만대)지역20002001200220032004200520062007북미0.00.00.11.13.27.213.221.6서유럽0.00.01.43.78.314.121.430.9아시아 태평양0.23.914.526.537.751.265.481.5기타0.00.00.11.32.94.58.213.0총계0.23.916.132.152.077.4108.2147.0
이동통신 3사의 위치정보 서비스 이용현황 (자료:이동통신3사) 서비스 종류가입자 수SK텔레콤친구찾기160만명KTF수호천사, 모바일경호원45만명모바일경호원은 1일 평균 1만명 이용LG텔레콤친구찾기, 애인안심서비스일반가입자 47만2000명친구찾기 정액제 가입자 5만명
공종식기자 k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