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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자동차 소유자가 ‘봉’인가

입력 | 2002-12-04 18:49:00


교통안전공단이 자동차 정기검사 수수료를 불시에 대폭 올린 것은 자동차 소유자를 ‘봉’으로 취급하는 일이다. 최저 20%에서 최고 80%까지 수수료를 인상한 탓에 전체 운전자들이 연간 약 1800억원을 추가 부담하게 됐는데도 사전에 전혀 알리지 않았다니 어이가 없다. 감독 당국이 몰랐을 리 없다는 점에서 정부의 도덕성도 비판받아야 한다.

한마디로 이번 인상조치를 당장 철회하라. 우리나라의 경우 오래된 차가 적고 새 차가 많기 때문에 검사 규정을 완화하고 정기검사 수수료는 오히려 인하되어야 옳다. 지금처럼 자동차가 계속 늘어난다면 전체적인 검사 수입이 증가하고 따라서 검사비용은 오히려 내리는 것이 맞다.

이번 기회에 검사 빈도를 줄이고 나아가 검사제도 자체를 폐지하는 방안까지 검토되어야 한다. 나라마다 다르지만 자동차 안전 검사를 개인 자율에 맡기는 국가도 상당히 많다. 실질적으로 교통안전에 도움이 안될 뿐 아니라 운전자에게 부담만 주는 검사 방식은 차라리 없는 게 낫다. 승용차의 경우 현재 새 차는 4년 후, 그 다음에는 2년에 한 번씩 형식적으로 이뤄지는 검사가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지 돌아볼 때가 됐다.

교통안전공단의 적자 보전을 위해 수수료를 인상했다는 주장에도 문제가 있다. 적자가 커지면 경영을 합리화할 일이지 검사료를 올려 해결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검사 수수료가 교통안전공단 임직원들의 ‘풍요’를 위한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

자동차 운전자에게 과다한 부담이 돌아오는 것은 교통안전기관의 방만한 운영 탓이 크다. 교통안전공단과 도로교통안전관리공단으로 이원화되어 있는 교통안전기관도 통폐합되어야 한다. 비슷한 업무를 다루면서 한 곳은 건설교통부, 다른 한 곳은 경찰청 산하기관으로 설치된 것은 부처 이기주의의 소산이다. 퇴직 공무원들에게 자리를 만들어 주기 위한 곳이 아니라면 전직 공무원들이 줄줄이 내려오는 이유는 무엇인가. 자동차 소유자를 ‘물주’ 정도로 여기는 구시대적 교통행정은 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