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가르는 게 싫어 정치적 성향도 ‘정가운데 중도파’라는 영화배우 안성기. 영화 ‘피아노 치는 대통령’에서 가슴 따뜻한 낭만적 대통령을 연기했다.전영한기자 scoopjyh@donga.com
영화 ‘피아노 치는 대통령’은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했으나 정치와는 무관한 영화다. 철저히 대통령의 연애담에만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대선과 맞물려 개봉되는 까닭에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극중 대통령역(한민욱)을 맡은 안성기도 정치에는 관심이 없는 배우다. 정치 전반에 관한 질문을 던졌지만 그는 “정치와 관련해서는 이름이 오르내리지 않는 게 상책”이라며 답변을 꺼렸다.
-영화 속에서 대통령이 매일 연애만 하면 국무는 언제 보나.
“찍으면서 마음 고생이 많았다. 코믹한 캐릭터지만 상식의 선을 넘으면 안 되기 때문에 아슬아슬한 줄타기의 연속이었다.”
-줄타기는 성공했다고 보는가.
“대통령이 주인공인데 극중 정치적 상황묘사가 너무 없어 찝찝했다. 그러나 애매하게 다루느니 아예 안 다루길 잘한 것 같다.”
-대선 때만 되면 연예계도 바쁜데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것을 본 적 없다.
“배우는 모든 이의 사랑을 받아야 한다. 정치활동에서 아무 의미를 못 찾겠다. 내가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편가르기가 없기 때문이다. 정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편가르기는 싫다.”
그는 5개월의 촬영기간 중 철저히 대통령으로 살았다. 언행을 삼가고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나는 대통령”이라며 자기 암시를 했다. 600만원짜리 양복을 협찬받은 그는 “촬영 내내 바지가 구겨질까 봐 제대로 앉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대통령으로 살아보니 어떻던가.
“자기 뜻대로 되는 일도 별로 없고 희생도 많은 자리인 것 같다. 인간적인 면모는 아무도 평가하지 않는다. 한국의 경우 민주화 역사가 짧아 국민이 여유가 없다는 뜻일 게다.”
-어떤 사람이 대통령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영화는 배우나 감독이 아니라 관객이 만드는 것이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후보 개인과 주변 인사들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만들어야 한다.”
그는 자기관리에 철저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30여년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 그 흔한 스캔들 한번 없었다.
-‘바람’을 생각한 적은 없나.
“단호하게 없다. 인호형(소설가 최인호)도 ‘신부님 같다’고 했다. 나는 모든 일탈의 욕구를 영화로 푼다.”
(기자가 고개를 갸우뚱거리자)
“천성이 그렇다. 중훈이(박중훈)도 나보고 ‘아무리 봐도 비정상’이라며 웃더라.”
인터뷰 내내 그는 온화한 미소를 한번도 잃지 않았다. 그가 가장 화났을 때 던지는 말이 “이러면 정말 곤란합니다”라고.
-영화는 성공할 것 같나.
“모르겠다. 예전에는 관객과 내가 비슷한 또래라 어느 정도 감을 잡을 수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관객과 다른 세대임을 알았다. 세월의 흐름은 아무도 막을 수 없다.”
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