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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피플]‘골프 지도자’ 박정호씨

입력 | 2002-12-05 17:54:00

박정호씨는 “골프는 과학이자 철학”이라고 말한다.원대연기자


‘힘 빼는데 3년, 힘 넣는데 3년’. 골퍼라면 누구나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은 말이다. 합해서 6년, 골프는 정말 그렇게 배우기 어려운 운동일까.

“3일이면 충분하다”고 장담하는 사람이 있다. 바로 골프계의 기인 박정호씨(38)다. 그는 “골프는 배우는데 6년이나 걸릴 만큼 어려운 운동이 아니다. 원리를 이해하지 못한 채 무작정 동작만 따라하다 보니 어렵게 느껴지는 것일 뿐”이라고 강변한다.

그의 명함에는 ‘레슨프로’가 아닌 ‘골프전문지도자’라는 독특한 직함이 적혀있다. 굳이 ‘지도자’라고 박은 것은 골프를 배우려는 사람들에게 주입식이 아닌 원리를 가르치는 사람임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

그의 티칭은 고정관념을 깨트린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골프를 배우다 보면 ‘백스윙시 왼팔을 곧게 뻗어라’‘머리를 움직이지 말라’는 말은 으레 듣는 소리. 그러나 박씨에겐 말이 안 되는 소리다.

“백스윙시 왼팔은 자연스럽게 굽혀져야 다운스윙시 관절이 펴지면서 빠른 헤드스피드를 얻을수 있죠. 또 머리를 억지로 고정시키면 효과적인 체중이동이 불가능합니다.”

그는 골프는 감(感)이 아니라 수학과 기하학 물리학이 총집결된 과학이라고 말한다. 그런 그의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 중퇴. 어려서부터 ‘고정된 틀’을 거부했던 그는 골프는 물론 수학과 물리학 기하학도 독학으로 자신의 독창적인 티칭이론을 설명할수 있을 만큼 마스터했다.

99년 자신의 저서 제목이기도 한 ‘수학으로 본 골프’를 주제로 강의하기 위해 레슨프로들 앞에 섰을 때의 일이다. 이전에도 물리학자들 앞에서 ‘물리학과 골프의 관계’를 강연한 적이 있었기에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시작한지 얼마 되지않아 “무슨 골프를 산수로 치냐?”며 야유가 터져 나왔다. 강연을 무난히 마치기는 했지만 그는 이 때 다시 한번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국내 골프계의 ‘벽’을 실감했다고.

너무나 튀는 티칭이론 때문인지 그는 ‘제도권 골프계’에 진입하지 못한 ‘이단아’로 남아있다. 지난해 레슨프로를 뽑는다는 서울 강남의 대형 골프연습장 헤드프로와 인터뷰를 했지만 “이 업계는 너무 튀면 왕따가 된다”는 말만 듣고 퇴짜를 맞았다.

현재는 효창골프연습장에서 용산구청의 ‘생활체육 골프교실’을 맡고 있지만 ‘꿈’을 펼치기에는 무대가 좁다.

그가 말하는 가장좋은 티칭방법은 ‘희망’을 주는 것.

“나이 드셔서 골프를 시작하는 분들은 핑곗거리가 많습니다. 그런 분들에게는 장애인 중에도 싱글스코어를 내는 사람이 있다고 말해줍니다.”

그는 또 국내 골프가 고정관념을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저도 미국에 갔다왔습니다. 거기서 USGTF(미국골프지도자협회)의 레슨프로 자격증을 따긴 했지만 특별히 배울 만한 것은 없더군요. 얼마든지 우리가 독창적으로 티칭방법을 개발할수 있습니다.”

안영식기자 ysa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