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교사가 학생생활지도 규정이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시정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냈다.
경기 의정부여고 심우근(沈佑根·45) 교사는 학생생활지도 규정이 여학생들의 머리핀과 양말의 색상까지 제한하는 등 전근대적인 것으로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만큼 규정을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최근 인권위에 접수시켰다.
진정서에 따르면 이 학교는 ‘고무줄은 검은색만 사용할 것’, ‘요란한 장식과 색상의 머리핀은 착용하지 말 것’, ‘양말은 흰색이나 검은색 또는 회색을 착용할 것’ 등으로 개인의 기호색상까지 규제하고 있다는 것.
심 교사는 또 어떠한 절차나 동의도 없이 임의로 학생들의 가방과 책상을 검사하는 ‘소지품 검사’와 교문 앞 복장검사 등도 개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성년자를 보호한다는 미명하에 청소년들의 인권을 학교가 짓밟는 행위는 이제 시정돼야 한다”며 “전국의 모든 학교가 비슷한 처지인 만큼 서둘러 대책이 나오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심 교사는 ‘학업성적 상위 50% 이내, 용모단정한 자, 담임과 부장교사의 추천을 받은 자’ 등으로 학생회 임원 입후보 자격을 제한하는 것은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이 같은 규정을 삭제해 줄 것을 요구하는 민원을 4일 경기도교육청에 접수했다. 학교측에 개선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감독기관에 진정을 제출한 것.
학생부 교내지도 담당인 심 교사는 “민주주의를 가장 먼저 가르치는 학교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이 뒷걸음질치고 있어 심한 자괴감을 느낀다”며 “교육현장에서 민주주의가 꽃피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정부=이동영기자 argus@donga.com